많은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하는 곳에는 늘 광고가 있다. 당연한 일이다.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함에 있어서 광고는 기업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크게는 전 세계가 작게는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 스포츠 행사는 거대한 광고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계 중간 중간 올림픽 공식 스폰서들의 광고가 지겨울 정도로 나왔다. 이해한다. 이익집단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그들이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일들이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인재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의 스폰서는 그 기업이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각종 미담에 돈다발만 안겨주는 스폰서라니. 지금 이 즈음, 대기업들이 스폰서를 하는 이유를 한 번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늘 그렇듯 오랜 역경을 이기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의 이야기는 매스컴에 의해 재가공 되어 미담이 된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특히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갑자기 미담이 쏟아졌다. 그가 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메달을 따는 그 순간까지 그의 삶 전반이 고스란히 대중들 앞에 노출됐다. 비인기종목의 선수라면 그를 필두로 그의 종목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다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때로 과장되거나 그 종목 자체보다 커지는 것은 문제가 된다. 관심은 종목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사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사실 기업들이 미담에 집착하는 것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자 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 방법의 문제 때문에 누군가가 소외감을 가지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언론이 만들어 놓은 그의 미담에 기대어 그들만의 미담으로 광고 효과만 노리고 있다. 비인기 종목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제적 문제와 직면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 메달을 딴 체조선수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사실 올림픽 이전부터 알려졌다. 또한 그는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유망주였다. 그가 훈련비를 집에 입금하며 어렵게 메달을 따는 동안, 개인 후원자를 제외하고 그를 후원하는 대기업은 없었던 것 같다. 이유는 뻔하다. 비인기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스폰서란 경제적 지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스폰서는 어릴 때부터 그의 가능성을 보고 그 인재가 가진 가능성이 최고의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꾸준한 지원을 하는 것이다. 스폰서란 그가 이뤄낸 것을 발판삼아 그를 광고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를 통해 이뤄낼 이득을 계산하고 홍보효과를 기대해 그에게 경제적 부만을 안겨준다면 당연히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 누군가는 소외된다. 우리에게는 이미 잊혀진 2등들이 많지 않은가. 큰 나무가 있으면 그늘도 분명히 생기기 마련이다. 높은 곳만 올려다보면 아래에 있는 반짝이는 것들은 빛을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지금도 우리의 관심 밖에서 각자의 진정성과 목표를 두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지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스포츠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극도의 냉정하고 이기적인 구조로 변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사회가 한번만 더 생각해보길 바란다. 모두 승자에게 돈만 주기를 급급해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늘 아래에서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는 인재들이 외부적 요인 때문에 날개가 꺾이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 할 것이다. 사실 우리도 별로 잘한 게 없다. 승자독식 사회를 철폐하자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우리가 작은 곳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대기업들이 그들을 광고판으로 만드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천정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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