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실효지배중인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의 우오쓰리시마(魚釣島)에 상륙한 홍콩의 시민단체소속 활동가 5명을 전격 체포함에 따라 중국과의 외교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2년전 센카쿠 열도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충돌사건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콩 댜오위다오보위행동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을 태운 카이풍 2호는 12일 센카쿠 상륙을 위해 홍콩을 출항했다. 이들은 당초 중국과 대만에서 출항하는 또 다른 활동가들과 14일 합류한 뒤, 15일 정오께 센카쿠 열도 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중국이 출항을 저지했고, 대만 당국도 대만선박의 출항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반면 카이풍 2호는 단독으로라도 센카쿠 상륙을 성사시키겠다며 나홀로 항해를 강행했다. 대만 해상에 태풍 카이탁이 접근한다는 소식에 중도 포기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으나 카이풍 2호는 대만 타이중항에 도착, 식량과 식수를 공급받은 뒤 센카쿠로 향했다. 이들은 예정보다 4시간 가량 늦은 15일 오후 4시께 센카쿠에 도착했다.
일본은 카이풍 2호의 센카쿠 상륙을 막기 위해 해상보안청소속 순시선 6척을 배치하고, 헬리콥터를 띄우는 등 만전을 기했다. 카이풍 2호가 배타적경제수역(EEZ) 접근을 시도하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물대포로 위협사격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 해역에서 조업중인 어선이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함을 들이받았다는 이유로 중국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 잔치슝(詹其雄)을 체포한 선례가 있다. 하지만 중국은 첨단제품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 수출 중단조치를 취했고, 결국 일본은 백기를 들었다.
일본 언론은 “카이풍 2호가 선체를 철갑으로 중무장하는 등 해상보안청과의 의도적인 충돌을 유도, 센카쿠 어선충돌 사건의 재현을 노린 듯하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2년전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섬상륙을 강제로 막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섬에 상륙한 활동가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노다 총리는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언급했고, 일본 외무성도 외교루트를 통해 중국과 홍콩당국에 항의하는 등 강경노선을 걷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센카쿠 어선충돌을 둘러싼 일본의 대응은 대중국 외교의 오명을 남겼다는 여론이 거센 만큼, 노다 총리가 쉽사리 이들을 풀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노다 총리가 지난달 ‘센카쿠 열도에서 주변국의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자위대를 출동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강경 자세를 보인데다, 최근 급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경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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