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사업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콴시(關係ㆍ연줄)로 풀어간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적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최근 중국 경제가 과거처럼 10% 내외의 고속성장을 구가하지 못하게 되면서 상사(商事) 분쟁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법정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법원이 처리한 재무 관련 소송 건수는 37만 6,00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었다. 최종 판결까지 가지 않고 재판부 중재로 마무리 된 사건도 급증해 지난해 법원 중재 금액의 합계는 1,130억위안(20조원)에 달했다. 2010년에 비해 22% 늘어났다.
FT는 중국인들이 돈 문제로 발생한 다툼을 갈수록 송사(訟事)에 의지하게 되는 근본적 이유로 경제성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처럼 상사 분쟁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 때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감소의 직접 타격을 받고 있는 동부 해안지역에서 상사분쟁이 특히 늘어난 것도 법원을 더욱 바빠지고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상사 분쟁 증가의 원인을 성장률 감소에서만 찾는 것은 편협한 해석이란 지적도 있다. 중국 경제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ㆍ개방 이후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인지 30년이 되어가면서 경제분야에서 법치주의 전통이 차츰 확립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베이징(北京)의 로펌 관계자는 FT에 "중국인들이 갈수록 자신들의 법적 권리를 자각해 가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접근법(개인적 해결)보다 법에 호소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것은 (중국인들의 의식이) 제대로 발전해 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京)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 공판이 단 하루만에 심리를 마친 것에서도 보듯, 중국 사법제도가 형사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진성을 벗지 못했지만 민사ㆍ상사 분야에서만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늘어나는 상사 분쟁 수요에 맞춰 경제ㆍ재무 문제만을 다루는 법원이 속속 신설되고, 법원이 자산동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잇따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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