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50여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 중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최고위급 인사의 방중인 데다 정상급 방문에 버금가는 대규모여서 화제를 낳고 있다. 대표단에는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을 비롯해서 당과 외무성의 고위급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장 부위원장은 군부재편과 경제개혁 움직임 등 최근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북한 내 대표적 친중파이기도 한 그의 방중 목적과 배경에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장 부위원장의 공식적인 방중 목적은'라선 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ㆍ위화도 경제지대 공동 개발ㆍ관리를 위한 조중 공동지도위원회 3차 회의 참석'이다. 나선특구 개발은 중국의 동북3성 개발 전략인'창지투(長吉圖)'개발선도구 사업과 연계돼 상당한 진척이 있지만 황금평ㆍ위화도 개발사업은 교착상태다. 황금평ㆍ위화도 개발 북측 최고책임자인 장 부위원장은 어제 카운트파트너인 천더밍 상무부장을 만나 중국의 적극적 협조를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 장 부위원장 일행은 공식회의 후 중국 개혁개방 발원지인 중국 남부와 북ㆍ중 경협 현장인 동북3성 시찰이 예정돼 있다. 17일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수뇌부를 면담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일찍부터 중국의 경제발전에 관심을 보여온 그의 현장 시찰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중국 수뇌부 면담에서는 양국 지도부 교체기에 양국관계 강화 등을 논의하고 김정은의 방중 문제도 깊숙이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 장 부위원장의 방중 결과는 김정은의 인민생활 향상 노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러나 북한이 조만간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리라는 기대는 무리다. 최근 북중 경협에 적극적이고 동북3성 지역에 근로자 파견을 늘리는 등 개방 흐름이 있지만 한계가 뚜렷한 탓이다. 제한적으로 외부 수혈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일 뿐 계획경제와 집단주의 시스템을 포기할 조짐은 엿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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