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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독도 방문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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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독도 방문 그 다음은

입력
2012.08.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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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 가까운 서울 명동에서는 지도 한 장 들고 길을 물어보는 일본인이 적지 않다. 손짓, 발짓에 영어, 한자까지 섞어 길을 가르쳐주면서, 일본어를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돕지 못하니 오히려 미안할 뿐이다.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이제 한국에서 일본인 개인을 대할 때 불편함이나 어색함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공적인 한일 관계는 여전히 불편하다. 단순화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런던올림픽 축구 3, 4위전이 그렇게 큰 관심을 끈 것도 그것이 두 나라의 공적인 행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공적인 한일 관계에는 여전히 긴장이 흐른다.

그 근본 원인이 일본의 식민지배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국 사회의 발전을 막고 민족 분단까지 가져왔으니 일본의 식민지배는 잊을 수도, 쉽게 용서할 수도 없다. 그것이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한국의 주권 유린을 진심으로 반성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 도리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수년째 주장하고, 과거사를 왜곡하며, 핵무장 가능성과 집단적 자위권을 거론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명분 역시 여기에 있다.

일본의 이런 극우적 행보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현대 일본에는 늘 일정 정도의 극우 세력이 존재했다. 이들은 양심세력이 힘을 내고 국민적 교양이 발휘되면 주춤하다가도 조그만 핑계거리라도 있으면 곧바로 목소리를 높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인 태도가 이들의 사고와 행동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은 2008년 3ㆍ1절 기념사에서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고 했다. 그 뒤 발언도 대체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과거보다 미래를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을 그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그것을 "과거를 잊자"고 받아들였을 가능성은 있다. 한국의 대통령으로부터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미래를 강조한 자신의 발언이 일본에서 어떻게 해석될지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한일군사보호협정의 체결까지 추진했다. 비록 체결에는 실패했지만, 한국과 일본을 군사적으로 엮는 이 예민한 협정을 밀어붙이려 했다.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라는 대통령 형의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취임 후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에 유난히 유화적이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일본 우익에 힘을 실어 주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하고 반한 시위를 하면서 극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자신들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열도를 중국이 제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펄쩍 뛰면서 한국이 실효 지배하는 독도는 제 영토라고 우기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장의 정당성과 논리만 중요한 게 아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주목받을 때가 많듯, 일본이 독도가 제 영토라고 자꾸 우기면, 옳고 그름을 떠나 독도가 한국과 일본의 분쟁지역으로 비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독도를 찾았다고 했지만 세계 언론은 독도 방문 사실과 일본의 반응을 함께 전했다. 그렇다면 세계인은 독도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알 수 없는 세계의 여론을 한국 정부가 완벽하게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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