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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여전-소릿길에서 만나다' 공연하는 안숙선 명창-거문고 연주자 최영훈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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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여전-소릿길에서 만나다' 공연하는 안숙선 명창-거문고 연주자 최영훈 모녀

입력
2012.08.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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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인 모친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염려스럽다"였다. 거문고를 뜯는 딸은 "엄마의 조언에 감각이 스스로 깨어나며 발전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30, 3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모전여전-소릿길에서 만나다'는 판소리 명창(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안숙선(63)씨와 거문고 연주자 최영훈(36)씨가 함께 꾸미는 모녀 무대다. 국립창극단 기악부 소속인 최씨는 국립극장이 경쟁력 있는 국립예술단체 단원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한 '국립예술가시리즈' 열 번째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안씨는 딸이 이름을 내걸고 처음 하는 공연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연주 프로그램을 직접 짰고 공연 말미에는 딸과 함께 노래하는 특별 출연 순서도 있다.

10일 국립극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종종 한 무대에 서곤 하지만 모녀에게 이번 공연은 국악장르의 확장을 꿈꾸는 국악계 선후배의 결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거문고 산조(한갑득류)와 창작 독주곡(이재화 작곡 '거문학이 내려와 춤을 추니') 초연, 거문고 병창(호남가, 수궁가 중 '가자 어서 가')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도 그래서다.

"국악은 사실 레퍼토리가 엄청나게 많아요. 7, 8시간 되는 판소리 완창 중 좋은 대목을 골라 국악 실내악단 연주로 편곡하면 좋은 연주곡이 많이 나올 겁니다. 내 딸뿐 아니라 앞으로 다른 제자들과도 이런 식으로 새로운 레퍼토리를 구성해 더 많은 대중과 만나야죠."(안숙선)

특히 '토끼이야기'를 국악 실내악과 합창으로 편곡한 순서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토끼이야기'는 안씨가 '수궁가'의 한 대목을 독일 재즈 밴드 레드선,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연주에 맞춰 1995년 처음 들려 줘 유명해진 곡이다. 이 곡으로 처음 소리꾼으로도 무대에 서는 최씨는 "앉아서 거문고를 연주하다 서서 노래하려니 팔 한 번 움직이는 것도 낯설다"면서도 "엄마의 레퍼토리가 더 많이, 새롭게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국립국악고와 한양대 국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하고 199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국악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셈이지만 당초 하고 싶던 판소리 대신 거문고를 선택했다. "쉽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엄마의 반대"때문이라고 한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악기는 나이 들어 배우기 어려우니 거문고를 선택하길 잘했어요. 소리는 지금부터 하면 되니까요."(최영훈)

"나이를 먹으니 딸이 소리를 배워 내 공연의 맥을 이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어요. 또 막상 시켜 보니 소리를 했어도 잘 했겠는데…."(안숙선)

공연의 마지막 순서는 남도민요 '흥타령'이다. 슬픔의 정서를 흥으로 풀어내는 내용으로 안씨는 가야금, 최씨는 거문고를 타며 함께 노래한다. 최씨가 셋째 딸을 임신해 만삭이던 2010년에 한 차례 함께 공연한 적이 있는 곡이다. "국악을 '한의 음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한을 풀어주는 음악이라는 의미"라며 연주곡을 설명하는 최씨의 말에 안씨는 "옛 사람의 숨결과 가치관 등 우리네 삶의 표현이 예술로 승화된 게 국악이기 때문에 음악 속에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다"며 말을 보탠다.

최씨는 "관객이 거문고 연주자인 내가 노래하는 모습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지루하다는 국악의 편견을 깨면 좋겠다"며 공연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재미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니." 명창 안숙선씨는 새 시도가 담긴 공연에 설레면서도 딸 걱정은 끝이 없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전혼잎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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