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었음에도 왜 하필 지금에서야 그 땅을 밟았나, 그렇게 뒤늦게 흙 다시 만져보니 바닷물도 춤을 추던가, 국민들 모두가 기도하는 심정으로 일본과의 축구 일전을 기다리던 어느 날, 뒷북처럼 독도에 올라 내 땅 찜 퉤퉤 하시는 분이 계셨기에 진심으로 묻고 싶은 오늘이다.
왜? 광복절이니까! 벌써 예순일곱 번째 기념일, 해방둥이 아빠도 그러고 보면 내일모레 칠순. 칠십 평생이란 말이 있으니 독립된 조국으로 살아온 세월이 한 사람의 생애이기도 하거니와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위안부와 쇠말뚝과 독도와 야스쿠니라는 단어의 귀에 못 박힘 속에 살아가나.
정말 과거란 청산되기 힘든 나이테일까. 십 년 전, 한 일본인과 처음으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하게 되었던 터라 글 속에 반영된 각자의 세계관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일본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데 반해 그는 정말이지 찰진 밀가루 반죽처럼 우리를 끈끈히 대하는 듯했다.
이것이 바로 뇌수까지 물든 어떤 잔재의 슬픈 뒤끝일까. '독도는 우리 땅'이라 적힌 문구를 들고 축구장을 뛰었던 박정우, 내 땅을 내 땅이라 말하는 게 무슨 죄라고 정치적인 의도 운운하나. FIFA에 적극적인 해명을 했느니 이해를 시킬 거니 아 짜증나, 그러니까 왜 그분은 하필 그 타이밍에 독도에 가셔서 일을 키우셨냐고요!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