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3일 공천 헌금 의혹 파문 당사자인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 처리를 미룬 데 대해 당 안팎에서 '불필요하게 미적거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의 명운이 걸린 사건인데도 초기에 선제적 대응에 실패하더니 절차 타령을 하면서 제명을 신속히 결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선주자의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현 전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현 전 의원이 당 윤리위 제명 결정에 대한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현 의원 제명 결정을 위한 의원총회 날짜도 잡지 못했다. 현 전 의원 제명안은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처리되고 현 의원 제명안은 의총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결정된다.
홍일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고위에서 현 전 의원 제명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현 전 의원이 재심을 청구하는 바람에 윤리위 재심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며 "빨리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절차를 지키자는 얘기도 있어서 연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데 제명 결정을 하게 되면 비당원을 조사하는 형식이 돼 여러 모로 어려움이 생긴다는 점도 고려됐다.
홍 대변인은 이어 "윤리위가 14일 열리면 16일 최고위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이고 현 전 의원 제명에 반대하는 의견도 없으니 이날 처리될 것"이라며 "현 의원 제명 결정을 위한 의총도 가급적 빨리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윤리위는 지난 6일 두 사람의 제명을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제명안 처리 연기에 대해 당내에서부터 비판론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이미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이 났는데 최고위 결정을 미뤄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면서 "재심 신청 등 절차적 부분을 말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캠프 일부에서도 부담감을 드러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대응이 늦었는데 재심 청구 때문에 제명 결정이 연기됐다고 하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캠프 내에서는 "절차도 중요한 만큼 검찰 수사 등을 지켜보며 제명 논의를 해도 된다"는 엇갈린 반응도 나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윤리위에서 제명을 결정하고 최고위에서 이를 연기한 것은 이중적 행태이자 검찰 수사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새누리당 공천헌금 진상조사위는 이날 3차 회의를 열고 현 의원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현 의원이 검찰 조사 준비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재차 출석 요구를 했다. 진상조사위 간사인 이한성 의원은 "현 의원이 3월 8일 지역구 공천 신청을 철회하고 비례대표로 전환하기에 앞서 현 전 의원과 수 차례 통화한 사실이 있어서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며 "두 사람에 대해 14일 또는 16일에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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