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상처는 깊은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아름다운 발'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김태영의 '타이거 마스크'는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번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투혼을 펼친 태극 전사들의 고통과 인내를 생생히 느끼게 해주는 '영광의 상처'가 있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결선에 처음 진출해 개인 종합 5위에 오른 손연재(18ㆍ세종고)의 귀여운 얼굴 뒤에도 울퉁불퉁하고 상처투성이인 발이 있다. 리듬체조의 특성상 발가락 끝으로 서야 하는 동작이 많아 발가락과 발등이 울퉁불퉁해 질 수 밖에 없다.
손연재는 리듬체조 개인 종합 예선 둘째 날 곤봉 연기 도중 오른쪽 슈즈가 벗겨졌다. 예기치 않게 드러난 손연재의 발등은 힘줄이 튀어 나왔고 발바닥에 굳은살이 두껍게 박혀 있었다. 고된 훈련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광의 상처인 셈이다.
네티즌들은 '리듬체조의 요정'의 발에 대해 '저 발로 국민들을 울렸네' '순위와 비례되는 발 생김새' '그 어떤 발가락보다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8년 만에 레슬링 금맥을 이은 김현우(24ㆍ삼성생명)의 부상 투혼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레코로만형 66㎏급 16강전 페드로 아이직 뮬렌스 에레라(쿠바)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눈에 부상을 당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눈 주위의 시퍼렇게 부은 부기가 점점 심해져 결승전에서는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수없이 반복했던 감각을 살려 마침내 금빛 메치기에 성공했다. 시상대 위에 선 김현우의 퉁퉁 부은 눈은 금메달만큼 값진 영광의 상처였다.
또 여느 레슬링 선수처럼 김현우의 귀도 찌그러져 있다. 귀를 통과하는 모세혈관이 터져 변형된 것이다. 하루에도 수천 번씩 매트에 넘어지고 부딪쳐 귀가 성할 일이 없었다. 문드러진 두 귀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새 없이 훈련에 매진한 노력의 훈장인 것이다.
유도의 조준호(24ㆍ한국마사회)도 판정 번복과 오른 팔꿈치 인대 부상을 딛고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조준호는 인대 파열 탓에 오른팔을 배에 붙인 채 어색하게 걸어 나와 시상대에 오를 정도였다. 판정 번복이 됐던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의 8강전 도중 업어치기를 하다 오른 팔꿈치가 꺾이면서 인대를 다친 것. 부상 사실을 감춘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오른팔 안쪽 인대 80%가 끊어졌다"고 고백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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