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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가족들 오열 "막내동생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유독가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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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가족들 오열 "막내동생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유독가스 때문에…"

입력
2012.08.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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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동생 두 분이 안 보입니다."

전남 함평에서 일을 보던 유택상(49) 유강단열 대표는 13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공사 현장에 나가 있던 직원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공사현장인 지하 2층에서 우레탄 작업을 하던 동생 윤상(46) 문상(43)씨가 미쳐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상씨는 다행히 이날 오후 강북삼성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막내인

문상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후 운명을 달리했다. 4형제 중 둘째인 유 대표는 숨진 문상씨에 대해 "12일 모친상을 당한 고향 친구 상가에 갔다 쇠고기를 사 들고 전남 나주의 부모님 댁에 들렀던 효자였다"며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눈물을 쏟았다. 슬하에 아들(17)과 딸(15)을 두고 떠난 문상씨는 서울적십자병원에 안치됐다.

30년 가까이 단열공사를 해 온 유 대표와 두 동생들은 1997년 IMF사태 전까지 함께 사업체를 꾸려가다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각자 독립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필요할 때면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동생들에게 일을 맡기기도 했으며, 유 대표는 지난달 31일 시공사로부터 단열 작업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동생들과 직원 2명을 현장에 보냈다가 막내를 떠나 보내게 됐다.

유 대표에 따르면 이날 지하 2층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던 윤상씨는 불이 나 동생을 지하 1층까지 끌고 올라왔지만 유독가스에 질식돼 의식을 잃고 쓰러져 혼자만 빠져나왔다고 한다. 윤상씨는 "소방관들에게 동생을 구해 달라"고 했지만 불길이 워낙 거세 소방관들이 진입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병원으로 왔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현장 소장이 '설비 공사를 제때 마감해야 대금을 받을 수 있다'며 공사를 무리하게 재촉했다"며 "안전보다는 일정에 맞추려는 시공업체의 의식이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부른 게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하 3층에서 숨진 채 발견된 오익균(59)씨는 일당 8만원을 받은 일용직 근로자. 1남 1녀를 둔 평범한 가장으로 아내와 아들이 함께 일을 하며 빠듯하게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었다. 오씨는 5년여 전까지 자영업에 종사하다 잘 되지 않자 공사 현장에서 목수 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들(30)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원망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숨진 오씨의 부인은 오씨가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그저 울기만 했다. 오씨와 함께 5개월가량 일했다는 한 동료는 "오씨는 정말 한눈 한번 안 팔고 성실하게 일하는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저녁 늦게 오씨의 소식을 듣고 하나 둘 달려온 동료들과 친지들은 침묵에 잠긴 채 조화도 채워지지 않은 썰렁한 빈소를 지켰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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