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ICJ가 과거 두 나라 이상이 영유권을 주장한 경우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제소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독도 문제가 ICJ까지 갈 확률은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일본과의 국제법 분쟁에도 착실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토분쟁과 관련한 국제법 판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당사국이 해당 영토에 '실효적 지배권'을 얼마나 제대로 행사했느냐 하는 점이라고 학계는 지적한다. 해당 지역에 군대ㆍ경찰을 파견하거나, 통상적인 행정ㆍ사법권을 꾸준히 행사해왔다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 판례가 1933년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한 동부 그린란드 분쟁이다. 김영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당시 상설국제사법재판소(ICJ의 전신)는 주권을 행사하려는 의사와 의지를 특히 강조했다"며 "덴마크가 1721년부터 200년간 그린란드에서 각종 사업권을 부여하는 등 그린란드 전역에 주권을 행사한 점이 인정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과 네덜란드 사이에 발생한 팔마스섬(필리핀 민다나오섬 근해) 영유권 분쟁에서도 상설국제사법재판소는 동인도회사를 통해 실효 점유를 해 온 네덜란드의 손을 들어줬다.
실효적 지배를 우선 따지는 것은 상설국제사법재판소가 ICJ로 바뀌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ICJ는 2005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각각 영유권을 주장한 시파단ㆍ리기탄섬 사건에서 어느 쪽이 입법ㆍ행정ㆍ사법권을 꾸준히 행사했느냐를 따져 말레이시아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실효적 지배 확립과 함께 한국 정부가 주권행사 사실을 기록으로 입증할 공적 문서를 꾸준히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국과 프랑스가 맞붙은 망키에ㆍ에크르오 제도 사건이 비근한 예다. 프랑스는 이 곳이 지리적으로 자국 영토와 가깝다는 점만 믿고 실효적 지배 입증을 소홀히 하다 유리한 실효지배 증거를 더 많이 확보한 영국에게 섬을 내주고 말았다. 김채형 부경대 교수는 "ICJ에서 양국이 서로 지배했다고 주장할 경우 증거자료를 더 많이 제출하는 쪽이 유리하다"며 "섬에 사는 주민에 관한 문서, 경찰 파견 기록 등 정부 공문서에서 독도를 지배했다는 점을 계속 축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원래부터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며 실효지배 사실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다툰 페드라 브랑카섬 분쟁의 경우 말레이시아는 이 섬이 자국의 고유영토라는 점을 강조했고, 싱가포르는 등대ㆍ군사통신 시설을 설치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결과는 실효적 지배를 입증한 싱가포르의 승리였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