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어제 4ㆍ11 총선 '돈 공천' 파문을 부른 현기환 전 의원의 제명안 처리를 16일로 연기했다. 현 전 의원이 당 윤리위원회 제명결정에 재심을 청구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의 이 같은 선택은 당헌ㆍ당규에 따른 절차를 지키려는 당내 민주주의의 형식적 요건에는 부합한다. 반면 당 안팎의 정치ㆍ사회적 요구에는 미흡하다는 점에서, 또 실질적 당내 민주주의의 구현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클 만하다.
이미 '돈 공천' 혐의에 대한 그의 해명과 가운데 적잖은 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만큼 재심신청 자체를 '이유 없다'고 물리칠 수 있었다. 또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가 있으니 그 결과를 보고 제명안을 처리해도 늦지 않다는 일부 주장도 그 동안의 경과와 모순된다. 애초에 당 윤리위에 현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을 회부하고, 당 윤리위가 제명을 의결한 것은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당 차원의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검찰수사 결과에 맡길 요량이었다면 애초에 이런 선제적 대응이 불필요했다.
지난 6일 당 윤리위가 제명결정의 이유로 들었던 '당 발전에 유해한 행위와 당 위신 훼손'이 특별히 법률적 차원이 아닌 윤리적 차원에 치중했던 것과도 어긋난다. 한편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4ㆍ11 총선 공천 당시 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린 국민의 눈길도 윤리적 차원의 '관리 책임' 때문이지, 특별한 법률적 책임 때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의 결정은 현영희 의원의 제명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 시기조차 정하지 못한 것과 함께 '돈 공천' 사태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눈에 띄었던 '선제적 대응' 자세가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인상도 짙어졌다. '돈 공천' 의혹의 실체적 진실은 검찰, 나아가 법원에 의해 가려질 것이어서, 여당 지도부의 대응은 '정치 판단'에 한정됐다. 그 작은 소임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어찌 손상된 당 이미지 회복을 바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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