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최태원 SK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다. '재벌의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반은 죽여 놓아야 한다. 금융사범이 살인보다 나쁜일일 수 있다. 그런 사람 사형은 왜 못 시키나' 라고 까지 했던 안철수의 이중적 행태가 드러났다."
"대기업과 손잡고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려 했다.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가 3,000만원을 투자한 것은 금산분리를 강조한 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안철수의 이중성이 드러난 또 다른 사례다."
출간 후 상승세를 타고 있던 안철수에 대해 새누리당이 빼든 검증의 칼은 자못 날카로웠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공천헌금비리 의혹사건과 올림픽 열기로 안철수 검증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안철수에게는 다행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새누리당은 공천비리사건이 일단락되고 박근혜가 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검증공세를 시작하려 할 것이다.
안철수에 대한 검증공격은 양날의 칼이다. 안철수에게 흠집을 남길 수도 있지만 새누리당의 검증이 '외로운 안철수'를 '왕따'시키는 집단폭력으로 비칠 경우 안철수 지지자들을 자극해 동정표 결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우리가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이 보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처지가 어려운 것은 이해가 된다. 검증 공격을 안 할 수도 없고, 자칫 잘못 공격하면 부메랑을 맞을 수 있으니 어찌 안 어렵겠는가. 1년 전 박원순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검증공세를 폈다 역공을 받아 선거에 패했던 기억도 새누리당을 주춤거리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문제는 사실관계다. 새누리당의 검증공격이 네거티브 공세로 인식돼 부메랑을 부를지, 아니면 안개 속 안철수의 실체를 드러내게 하고 거품을 빼게 할지는 새누리당이 들고 나올 검증공격 아이템들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것이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검증공방에서 '사실'은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는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 모두에게 해당된다. 검증공격은 크든 작든 부메랑을 수반 할 가능성이 있다. 공격하는 쪽이 검증공격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기성의 정치세력이고 검증공격을 받는 쪽이 적어도 공격하는 쪽보다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보이는 긍정이미지의 시민후보라면, 부메랑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그러므로 새누리당은 '명백한 사실'에 입각해 말 그대로 '검증'만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 폭로전으로 안철수의 순백 이미지에 얼룩만 묻히면 된다고 무모하게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최태원 구명 서명'사건에 대한 안철수의 대응은 이례적이라 할 만큼 빨랐다. 그 만큼 검증공격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고 사실관계에 자신 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해명과 유감 표명의 기조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첫 번째 검증공세에 대한 대응치고는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어를 할 때는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하고도 솔직한 설명이 중요하다. 사과를 표명할 때는 확실하고 진정성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자칫 잘못하면 변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안 좋은 것은 해명을 했는데 그게 거짓으로 드러나는 경우다. 해명과 유감표명에도 불구하고 브이소사이어티의 성격이나 인터넷 은행 설립 참여 등 '사건'과 연관된 얘기들이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 안철수의 해명에서 2% 부족함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검증공방이 막 불을 뿜으려 할 즈음 터진 새누리당의 '공천 돈거래 의혹 사건'으로 검증공방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검증의 칼을 휘두를 새누리당이 경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천 돈거래 의혹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안철수에 대한 검증은 '자격없는 집단의 정략적 공세'로 규정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철수가 이런 상황을 마냥 즐기고 있을 여유까지는 없는 듯 하다. '공천 돈거래 의혹 사건'이 어떻게든 마무리 되면,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새누리당은 강도 높은 검증공격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곧 재개될 안철수 검증공방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고성국ㆍ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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