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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언론 보도 내용 짜깁기 수준 벗어나 과감하게 자기 주장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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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언론 보도 내용 짜깁기 수준 벗어나 과감하게 자기 주장 펼쳐야

입력
2012.08.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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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의 입장에서 녹조 현상의 해결을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좀처럼 보기 힘든 대규모 녹조 현상이 발생했으니 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은 당연하다. 비록 한계는 있지만 학생의 글은 나름대로 문제가 되는 현상의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모색해 봤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글의 구성이나 전개 방식 등을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 글은 논술문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학생이 쓴 글의 첫 단락은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적당히 짜깁기 한 것이다. 물론 서두에서 화제를 제시하기 위해 언론 보도를 인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학생이 쓴 부분은 화제를 제시한다기보다 녹조 현상의 정의와 그 피해 현황을 특징 없이 나열하고 있어서 논술문의 서두라기보다는 신문 기사의 초안을 보는 듯하다. 차라리 녹조 현상의 폐해를 한 문장 정도로 압축하고 왜 그것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지 짚어주었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글이 되었을 것이다. 가령 녹조 현상이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인체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는 점을 알리고, 이번 녹조 현상으로 인한 피해 예상액이 1,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 등을 서두에서 인용했다면 화제를 제시하는 데에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 단락은 학생이 녹조 현상을 보고 느낀 소회를 풀어 쓴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의 주변 환경에 무관심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성찰을 하게 된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논술문에서는 학생 자신의 느낌이나 감상을 적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논술문에서 요구되는 것은 글쓴이의 주장이며, 그것을 적절하게 뒷받침하는 근거이다. 따라서 마지막 단락의 내용은 통째로 삭제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첫째 단락에 삽입해 일부 내용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둘째 단락에서는 녹조 현상의 해결책을 제출하고 있는데, 얼핏 보면 모두 타당해 보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먼저 첫째와 셋째 대책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어서, 고교생이 생각해 낸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두 가지 모두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는 방법들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결국 이것 역시 짜깁기 한 것에 불과하다. 어떤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은 글쓴이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부분인데 언론 보도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그것은 이미 자신의 글이라고도 하기 어렵다. 또 둘째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법은 비록 타당하긴 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수준에서 접근하고 있어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녹조 현상의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원인 분석에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 이번 녹조 현상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바로 4대강 공사로 인한 물 흐름의 정체(停滯)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학생이 참고한 한국일보 8월 6일자 기사에서도 이를 다루고 있다. 비록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원인을 아무 설명도 없이 배제한 채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글을 읽는 사람들의 공감을 사기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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