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동남권 신공항이 또 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킬 조짐이다. 국토해양부가 말썽을 일으킨 셈이 됐다. 국토부는 내년 초부터 전국 17개 공항에 대한 수요예측, 이전, 확장여부 등을 집중 검토하기 위해 조사연구비 예산 1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발표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김해공항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고, 즉각 동남권 신공항론이 들끓는 상황을 초래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해 4월 경제성이 없고 환경 파괴의 우려도 높다며 정부 스스로 백지화한 사안이다.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부산과 경남 밀양 지역의 격렬한 대립도 감안됐다. 지난 대선에서 관련 공약을 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다음 세대까지 부담을 주는 이런 사업을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국토부조차 당시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서 공항 신ㆍ증설을 위한 조사연구 시점을 아예 2014년으로 못박아 차기 정부에서 관련 논의를 하도록 넘겼던 사안이다.
국토부는 공항 신ㆍ증설 조사연구를 당초보다 1년이나 앞당김으로써 동남권 신공항 논란을 점화한 이번 조치의 불가피성을 주장한다. 국토부 당국자는 "일부 공항의 이용자와 항공편이 급증하면서 시설 처리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조기에 신공항 건설과 기존 시설 확장 여부에 대한 정부 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김해 및 제주공항의 현황을 설명했다.
물론 국토부의 주장에 근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야 대선 경선후보들이 잇달아 부산 대구 제주 등을 방문해 경쟁적으로 신공항 건설 공약에 불을 붙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덩달아 기름을 부은 건 매우 부적절하다.
우리는 상황과 여건이 변하면 동남권 신공항 문제도 얼마든지 재론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논의는 국가 백년대계에 입각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이 문제가 불필요한 정치 바람을 타면서 합리적 논의는커녕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크다면 정부는 당장 계획을 중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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