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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CD금리 조작 사건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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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CD금리 조작 사건의 배후

입력
2012.08.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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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조사를 계기로 은행 대출의 중요 기준금리인 CD금리가 얼마나 엉터리로 결정되는지 새삼 주목을 받으며 공분을 사고 있다.

CD금리는 우량 은행 7곳이 발행하는 CD에 대해 증권사 10곳이 하루 두 번 평가금리를 매겨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면, 금투협이 최고와 최저치를 제외한 8개 금리의 평균을 오전 오후 두 차례 고시한다. 그런데 은행 7곳 중 4곳이 지난 수년간 CD를 발행한 적이 없을 정도로 CD 시장이 사실상 휴면 상태임에도 꼬박꼬박 금리를 보고해야 한다. 결국 대부분 해당 증권사는 채권팀 막내가 기준이 될 데이터도 없이 눈치껏 숫자를 입력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구잡이로 결정된 CD금리가 310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기업 및 가계대출 변동금리를 좌지우지해온 것이다.

조작을 의심받는 증권사는 "CD조작으로 증권사가 얻을 직접 이익이 별로 없다"고 펄쩍 뛰고, 시중금리보다 높은 CD금리 덕택에 부당이익을 챙겨온 은행은 "CD금리는 증권사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한다. 과연 그럴까.

CD금리 보고를 맡아온 증권사 직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한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CD금리를 높게 보고해 얻을 이익은 별로 없지만, 반대로 낮춘다면 은행의 눈밖에 날 위험이 크다"고 털어놓는다. 게다가 금융지주체제 도입 후 은행과 증권사가 '한집 식구'인 경우가 늘어나면서 증권사의 은행 눈치보기 개연성은 더욱 높아졌다. 실제 CD금리를 보고하는 증권사 중 상당수가 은행과 '한 지붕'밑에 있다.

금융지주나 은행으로부터 직접적인 지시나 압력은 없었을 수 있다. 하지만 매일 금리를 보고하는 증권사 직원은 'CD금리를 낮추기 보다는 적어도 종전치를 유지하는 게 슈퍼갑(甲)인 은행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또 돈을 빼돌리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숫자를 입력하는 일이라 '조작'이라는 죄의식도 별로 없다. 게다가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한 숫자를 입력할 것이 확실하니 추후에 문제될 소지도 거의 없다. 시중금리가 계속 떨어져도 CD금리만은 올 4월 9일부터 7월 11일까지 연 3.54%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특이 상황'은 이렇게 매일매일의 작은 '거짓말'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런 증권사의 미필적 고의를 통해 은행은 지난 3년간 CD금리 기준의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50만 명으로부터 4조 1,000억원의 부당 이익을 거둬드렸다고 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원은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신간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에서 세상을 놀라게 한 대형 금융ㆍ회계부정사건은 '악의 화신'처럼 보이는 소수 경영진의 책임만이 아니라 다수의 조직원이 자신의 양심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저지른 사소한 거짓말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 결론짓는다.

이런 거짓말 또는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방법은 시스템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CD금리를 대체할 새로운 기준금리가 마련되면 CD금리 조작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사ㆍ보험사 등의 유착이 유지되는 한 그 속에서 계속 새로운 유형의 금융부정이 움트게 될 것이다. 은행ㆍ증권사ㆍ보험사 등을 묶은 대형 금융지주체제, 달리 표현하면 메가뱅크 체제가 들어선 이후 은행의 계열 증권사 펀드 몰아주기나 은행의 변액보험 부실판매 등 금융소비자의 피해는 점점 대형화ㆍ구조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지주 매각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메가뱅크를 추구하며 금융의 독과점을 강화하려 한다.

메가뱅크 체제를 최초로 실현하고 주도한 샌디 웨일 전 씨티그룹 회장마저 최근 "상업은행과 (한국식으로 말하면 증권사인)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고 천명한 이유를 금융당국이 곰곰이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정영오 경제부 차장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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