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사업에 따른 보 건설이 한강 녹조를 불렀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녹조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주요 원인이라 주장하지만 상당수 수질 전문가들은 "녹조가 유속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정부 주장처럼 물길을 막는 보(堡)가 아예 영향을 미치지 않은 건 아니다"고 설명한다.
당초 올 여름 녹조 현상이 심상치 않자 환경부 관계자는 "보는 수량을 확보하면서 물이 흐르도록 해 조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며 '4대강 원인설'을 일축했다. 또한 국토해양부 4대강추진본부 차윤정 환경부본부장은 "4대강에 설치한 보와 녹조 현상과는 관련이 없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은 폭염과 기온상승탓"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설명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녹조를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일조량, 수온, 유속, 부영양화인데 4대강 사업은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유속을 늦추는 데 일조했다는 주장이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대한하천학회장)는 "폭염 영향도 있지만 녹조는 유속에 민감하게 반응해 발생한다"면서 "이상기후현상에 대비한다고 추진한 4대강 사업이 되레 이상기후(폭염ㆍ가뭄)가 닥쳤을 때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정부는 최근 5,000억을 들여 전국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에 인 처리시설을 설치해 운영 중"이라며 "그럼에도 녹조가 발생했다는 건 아무리 폐수를 처리해도 녹조가 발생할 만큼 인의 농도가 높거나, 강 주변 환경이 파괴돼 인이 처리시설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강에 유입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원자번호 15번인 인(P)은 동식물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 하지만 다량 유입되면 부영양화가 진행돼 이를 먹고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급증, 녹조 현상이 일어난다.
보가 없는 북한강에서 녹조 현상이 심각한 것에 대해서도 김좌관 교수는 "북한강은 평화의 댐, 소양강 댐 등 이미 6개의 댐이 유속을 방해해 보가 없어도 녹조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지난해 12월에도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폭염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정부측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그는 보가 3개 있는 남한강에선 녹조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정부측 논리에 관해선 "남한강 상류인 석회암층에서 녹아 든 칼슘과 마그네슘이 인과 결합해 침전했기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반면 공동수 경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보가 3개나 설치된 남한강에는 녹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또 보가 설치되지 않은 북한강에서 지난해 겨울과 올해 6월 이후 녹조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며 "보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말하기엔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남한강에서는 상류 석회암층의 영향으로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도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자들도 보가 일시적으로 물을 저장하기는 하지만 댐처럼 물길을 막는 게 아니라는 점과 가뭄 때에는 보가 없으면 물이 말라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훈 환경부 물환경정책과 사무관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원인 중 유속 영향이 0%라 말할 수 없지만 올해는 폭염, 가뭄이 기록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 등과 협의해 댐 수문을 열어 유속과 수량을 조절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