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사흘째인 지난 30일 오후, 런던 뉴몰든에 위치한 테스코 매장에서 낯선 광경이 벌어졌다. 수십 여명의 현지인들이 매대 한 켠을 가득 메운 김, 라면, 전통차 등 한국 중소기업의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이들은 한국 소주의 톡 쏘는 맛에 관심을 보였고 김치의 매콤함에 매료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준비한 물량은 반나절 만에 동이 났다. 현장에서 자사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걸 지켜 본 전통차 납품업체인 국제식품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많이 줄면서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이처럼 해외에 제품을 소개할 기회를 갖게 돼 희망이 보인다"며 웃었다.
낯선 이국 땅에 한국 식품이 당당히 자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지난해부터'한국식품 세계화'를 모토로 '한국식품전'을 모기업인 테스코 런던 매장에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다음 달 2일까지 5주간 열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일식품, 국제식품, 해오름 등 국내 시장에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업체 13곳을 비롯해 롯데, CJ, 대상 등 대기업까지 총 25개 식품업체의 150여개 제품이 선보인다.
홈플러스가 국내 업체들의 수출지원을 모색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0년부터다. 그 해 10월 영국 테스코, 한국무역진흥공사(KOTRA) 3자 간 양해각서를 맺으며 본격 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중소기업들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맞아 새로운 판로를 찾고 있던 터라, 식품전은 요긴한 해외 진출의 장이 됐다. 다행히 지난해 현지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인 덕분에 올해 매장 면적을 2배(70.2㎡)로 넓혔고, 당시 인기를 끌었던 49개 상품을 이달부터 테스코 매장에서 정식 판매하고 있다.
현지 판매 품목은 식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류, 운동화, 이불 등 공산품도 많다. 컴퓨터 마우스 제조업체 JL통상은 재작년까지 국내 시장에서만 판매를 해오다 지난해 테스코를 통해 영국, 말레이시아, 태국으로 판로를 확장하며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JL통상처럼 양해각서 체결 직후부터 해외 테스코 매장에 납품을 시작한 제조업체들은 총 25곳이며, 현재 16개 업체가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사실 이런 상품들은 국내에선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높아 값싼 중국산 수입품에 밀려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홈플러스는 해외 진출시 철저한 품질관리로 '프리미엄'제품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현재 영국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내 테스코 매장에서 팔리는 제품들은 모두 홍콩에 자리한 '테스코 인터내셔널 소싱센터'라는 물류센터에서 철저한 품질인증을 거친다. 이는 테스코라는 글로벌 유통 브랜드에 납품할 정도로 안전 및 위생 기준을 갖췄다는 뜻이다.
신규 중소기업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매달 중국 상하이(上海)와 홍콩에서 열리는 테스코 그룹 구매 상담회에 국내 우수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각국의 테스코 바이어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수출 상담회도 확대할 방침이다. 테스코 관계자는 "한국 상품들은 가격이 비싸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산에 비해 품질이나 디자인이 매우 우수하다"며 "한-EU 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 효과를 감안하면 유럽 진출 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홈플러스는 중소협력사들의 물류비 절감을 위한 '공동배송 지원제', 임직원 교육기관인 '홈플러스 아카데미', 협력업체들의 의견 청취회 등 협력업체와 상생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우리가 존중해야 할 고객들"이라며 "앞으로 맞춤형 지원을 통해 협력사가 실질적 혜택을 누리고 더욱 발전할 만한 기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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