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애호가 유모(30)씨는 지난달 26일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매물로 나온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메조'의 커피 원두 그라인더(분쇄기)를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
유씨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이 제품을 '49만원이란 싼 값에 판다'며 A씨가 올린 글과 사진에 혹한 것. A씨는 "아내가 운영하던 레스토랑이 문을 닫게 되면서 빨리 처분해야 한다"며 "2대 중 1대는 이미 팔았다"고 유씨를 유혹했다. A씨는 제품을 포장한 박스 사진까지 보내 유씨를 안심시켰다. 유씨는 고민 끝에 같은 날 오후 6시쯤 49만원을 입금했지만 A씨는 이후 연락을 끊어버렸다.
고급커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커피기기를 구매하려는 이들을 노리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학원생 이모(30)씨도 유씨가 사기를 당한 지 1주일 인 채 지나지 않은 이달 1일 유씨와 똑같은 제품을 A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서 사려고 42만원을 입금했다 물건을 받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사이트에 계좌 명의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고, 동업자라는 사람의 운전면허증과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내주기에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씨가 자신의 피해 사례를 중고매매 사이트에 올리자 10여 명의 추가 피해자들이 연락을 해왔다. 유씨는 "그라인더 등 주로 커피 관련 기기 관련 피해자들이 많지만 노트북 등 다른 제품을 사려다 사기 당한 이들도 수 십 명은 된다"며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하는 것이나 대형 택배 회사를 이용하지 않고 본인이 아는 개인 화물차로 물건을 보내주겠다는 수법 등 모두 동일 인물에게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 대전 등 전국의 여러 경찰서도 관련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 피해자들은 "경찰이 은행 계좌 개설 주소지로 사건을 이첩하는 게 빠르다며 넘기지만 대포 통장을 쓰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고 한다"며 "게다가 1명 당 피해액이 많아야 50만원 안팎이다 보니 수사에 적극적이지도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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