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대 예술사학과 교수인 토마소 몬타나리는 3월 나폴리에서 가장 오래된 지롤라미니 도서관 서고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텅 빈 서고에는 쓰레기만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학계는 마리노 마시모 데 카로 도서관장에 대한 검찰조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조사 결과 카로 관장은 2011년 초부터 최근까지 16~19세기 악보와 책 등 고문서 257점을 해외 암시장과 경매시장, 수집가들에게 팔아 넘겼다. 그의 자택과 창고에서도 3,000여권의 고서가 추가 발견됐다.
카로가 위조본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카로는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의 저서 (별의 메신저ㆍ1610)의 위조본을 팔려다 실패했다. 오웬 깅그리치 하버드대 천문학 명예교수는 2005년 카로가 자신의 연구실로 라고 주장하는 책 한 권을 가져왔다며 "그 책은 원본과 비교할 때 갈릴레오가 책에 그린 수채화 5점 중 1점이 달랐다"고 말했다. 닉 와일딩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카로가 지난해 논문에 인용한 의 위조본(1964년 제작)이 소더비 경매와 뉴욕 등에서 발견됐다"며 "카로가 위조본을 여러 권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도서관학을 전공하지 않은 카로가 어떻게 관장직에 임명됐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카로가 정계와 기업가들을 연결해주는 전형적인 브로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2011년 4월 도서관 특별 자문위원으로 시작한 그는 로렌조 오르나기 문화부 장관 취임 후 관장으로 임명됐다.
1586년 문을 연 지롤라미니 도서관은 16세기 고문서 5,000여점을 비롯해 총 16만여권을 소장하고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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