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지시를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통한의 1초였다.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나 있었고 정신력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지옥 같은 시간. 매 경기 혈투를 치른 탓에 밥 먹을 힘 조차 없었다. 강재원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은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며 "할 수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조효비(인천시체육회)가 유은희(인천시체육회)로부터 패스를 받은 시간은 정확히 후반 29분59초였다. 한국은 24-24로 맞선 가운데 상대 공격을 막아냈고, 태극 낭자들은 경기 종료 5초를 앞두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을 위해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조효비가 골을 넣은 순간 심판은 두 팔을 가로저으며 '노골'을 선언했다. 1초만 더 남아 있었다면, 1초만 더 빨리 패스를 받았다면, 태극 낭자들의 눈빛엔 아쉬움만 가득했다.
한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이 런던올림픽에서 4위에 올랐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내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3ㆍ4위전에서 2차 연장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29-31로 져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핸드볼은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여자 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물리쳤던 스페인을 맞아 후반 8분까지 15-19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20-23에서 권한나(서울시청), 최임정(대구시청), 우선희(삼척시청)가 연속 득점을 올렸고 결국 24-24 재동점을 만들어 극적인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한국은 1차 연장 종료 30초 정도를 남기고 정지해(삼척시청)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28-28, 승부를 2차 연장으로 넘겼다. 하지만 2차 연장에서 얻은 7m 드로우를 연달아 실패하는 바람에 분루를 삼켰다. 스페인의 39세 베테랑 골키퍼 미하엘라 시오바누는 이날 7m 드로우 5개 가운데 4개를 막는 선방을 펼쳤다.
결국 경기 막판 고비를 넘기지 못한 한국은 4위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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