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 대장정을 펼쳤던 제30회 런던올림픽이 화려한 폐막식을 갖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메달 여부와 관계없이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이라는 런던올림픽 슬로건을 온몸으로 보여주며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이날을 위해 지난 4년간 땀과 눈물을 흘려온 선수들의 메달보다 더 빛나는 말들을 정리했다.
▲“시간이 그렇게 안 갈지 몰랐어요” (신아람)=신아람(26)은 지난달 31일 여자 펜싱 에페 준결승에서 마지막 1초가 흐르지 않아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의 공격을 세 번 막아내고도 네 번째를 허용해 패하고 말았다. ‘멈춰버린 1초’에는 그의 억울함이 담겨있다.
▲“4년 전에는 ‘죽기살기’로 덤볐지만 이번에는 '죽기'로 덤볐습니다” (김재범)=1일 남자유도 81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재범(27)이 밝힌 승리의 비결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올레 비쇼프(독일)에 패해 은메달을 땄던 김재범은 절치부심 끝에 4년만의 설욕전에서 승리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되찾았다.
▲“내 몸이 깃털처럼 움직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양학선)=‘한국 체조의 대들보’ 양학선(20)이 7일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체조 도마 결선에서 우승한 뒤 전한 당시 심경이다. 한국 체조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그는 “나를 통해 후배나 유망주가 꿈을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결승전이 가장 쉬웠어요”(황경선)=11일 여자 태권도 67㎏급 결승에서 누르 타타르(터키)를 12-5로 꺾은 황경선(26)은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루스 그바그비(코트디부아르)와의 16강전을 꼽았다. 황경선은 “내가 왜 그렇게 긴장했는지 바보스러울 정도였다”고 떠올리며 “오히려 결승전이 가장 쉬웠다”고 답했다.
▲“내 인생에 평생 잊을 수 없는 4분이었습니다." (김기희)=올림픽축구대표팀의 김기희(23ㆍ대구FC)는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축구 동메달전에서 2-0으로 이기고 있던 후반 44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돼 투입됐다. ‘대회에서 1분이라도 뛰어야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병무청의 유권해석에 따라 김기희는 자칫 동메달을 따고도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투입돼 공식시간으로 1분, 추가시간까지 총 4분 동안 그라운드에 나섰고 홍명보호(號) 태극전사 18명 가운데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함을 맛봤다.
▲“나는 남들과는 다른 신발을 신고 있을 뿐이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ㆍ남아공)=‘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의 어머니는 어릴 적 피스토리우스가 형인 칼과 함께 운동을 할 때마다 “칼, 가서 신발 신으렴. 오스카, 너는 의족 신어야지”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피스토리우스는 자신이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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