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로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낍니다. 지뢰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작업을 멈출 수 없습니다.”
캄보디아 평화활동가이자 지뢰제거 전문가 아키 라(39)씨가 2012 만해대상 평화부분 수상자로 선정돼 12일 방한했다. 지뢰를 심던 소년병에서 평화운동가가 돼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10년 동안 20여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캄보디아 전역에 매설된 대인지뢰 제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인물. 2010년에는 CNN이 선정한 ‘올해의 영웅 10인’ 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뢰제거 전문가로 국제적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그는 캄보디아 곳곳을 지뢰밭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1975년부터 4년 동안 캄보디아를 지배하며 인구 700만명 중 3분의 1을 학살해 악명 높은 ‘크메르루주’ 정권에 부모를 잃은 그는 소년병으로 징집돼 캄보디아 전역에 하루 수 백 개의 지뢰를 묻었다.
그랬던 그의 인생이 반전 한 건 90년대 캄보디아에 유엔평화유지군이 파견되면서. 평화유지군은 현지 지리에 훤한 사람이 필요했고 그가 최적의 인물이었다. “제가 심은 지뢰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죠. 어렸을 땐 내가 살기 위해 지뢰를 묻었지만 지금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지뢰를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소년병 시절 배운 지뢰 매설 기술은 동시에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유엔군과 함께 지뢰제거 작업에 참여한 그는 유엔군이 철수한 뒤인 1993년부터 독자적인 단체를 설립해 지금까지 지뢰제거 활동을 하고 있다. 20여년 동안 제거한 지뢰는 모두 5만여개에 이른다. “위험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제거 작업이 무섭지 않았어요.” 다행히 제거작업을 하는 동안 1건의 사고도 없었다.
1997년 캄보디아 씨엠립에 ‘아키 라 지뢰박물관’을 세우기도 한 그는 “전쟁의 참혹함과 지뢰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며 “전쟁의 아픈 기억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키 라씨는 시상식에 참석한 뒤 전쟁기념관과 비무장지대를 둘러보고 캄보디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손효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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