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종합과세가 도입된 건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이다. 부자들의 금융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였다. 이전까지 금융소득은 근로 및 사업소득 등과 분리과세 돼 세금이 가벼웠다. 그러나 제도 시행으로 일정액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돼 누진세율을 적용 받아 금융자산가들의 세부담이 무겁게 됐다. 97년 외환위기로 시행이 유보됐다가 정상 시행에 들어간 건 2001년부터다.
■ 종합과세 대상 금융소득 기준액은 당초 부부합산 4,000만원이었다. 부부를 합쳐 이자 및 배당소득이 그 이상일 경우, 초과분을 누진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식이었다. 그런데 2002년 위헌 판결로 부부합산이 폐지되고 개인별 과세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가구별로 칠 때, 종합과세 기준액은 정책 당국이 애초에 책정한 4,000만원에서 졸지에 8,000만원으로 높아지게 됐다. 연리 4% 예금으로 운용할 경우, 가구 당 예금액이 20억원을 넘어야 종합과세가 발생하는 셈이었다.
■ 집과 기타 소득이 있고, 예금액이 20억원에 이른다는 건 대단한 부자라는 얘기다. 실제 올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부과 대상자는 4만9,000명으로, 20세 이상 국내 성인 인구를 약 3,800만명으로 칠 때, 0.13%에 해당되는 극소수다. 정부는 최근 세제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 종합과세 기준액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그간의 경과를 감안할 때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여전히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 당초 부부합산으로 기준액을 정했던 건 사실 가구 당 금융소득 4,000만원을 염두에 뒀던 것인 만큼, 부부합산 폐지에 맞춰 기준액도 진작 2,000만원으로 낮췄어야 했다. 그걸 무려 10년이나 미뤄오다가 이제야 겨우 3,000만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기준액을 2,000만원으로 더 낮춰도 부부가 예금액을 분산시킬 경우, 종합과세가 부과되려면 가구 당 예금액이 최소 10억원은 넘어야 한다. 그 정도 과세는 지나친 게 아니니, 국회라도 기준액을 2,000만원으로 한 단계 더 낮추길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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