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올림픽, 목표로 세웠던 결선 진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런던에서 많은 것을 이뤘다. 손연재는 올림픽 출전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도 매혹적인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선 5위의 성적표를 받아든 손연재는 결과에 대해 “나도 놀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손연재는 11일(한국시간) 런던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 종합 결선에서 네 종목 합계 111.475점(후프 28.050∙볼 28.325∙곤봉 26.750∙리본 28.350)을 받아 10명 중 5위에 자리했다. 동메달을 목에 건 리우부 차카시나(벨라루스∙111.700)와는 불과 0.225점차. 곤봉 종목에서 곤봉을 놓치는 실수만 없었다면 메달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손연재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러시아와 동유럽이 강세를 보였던 리듬체조에서 동양의 아름다움과 해맑은 미소, 깜찍한 표정으로 심판진은 물론 전 세계를 홀렸다. 손연재는 “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했다는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다음 대회 때 좀 더 욕심을 부려 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결선 무대에 선 손연재는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했다. 자신 있어하는 후프는 물론 볼에서도 28점대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일한 흠은 약점으로 꼽히던 곤봉에서의 저조한 점수였다. 예선에서 곤봉 연기 도중 오른쪽 슈즈가 벗겨져 진땀을 흘렸던 손연재는 결선에서 공중으로 높게 던진 곤봉을 잡지 못했다. 결과는 26.750점으로 올 시즌 5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거둔 곤봉의 평균 점수(27.465)에 못 미쳤다.
손연재는 곤봉 연기를 마치고 난 뒤 키스 앤 크라이존(심판진의 점수를 기다리는 장소)에서 낮은 점수가 나오자 아쉬운 듯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리본에서 실수 없이 매끄러운 ‘클린 연기’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손연재는 “곤봉 연기가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 없이 연기를 마쳤다”며 “아직은 내가 메달 딸 때가 안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이어 “새 보완점을 발견했기 때문에 경기 후에는 울지 않았다”며 “그 동안 운동을 겨우겨우 해왔다면 이제는 즐기면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연재는 앳된 외모와 달리 근성과 열정, 성실성이 남다르다. 런던올림픽 하나 만을 바라보고 지난해부터 러시아에서 고독한 훈련을 했다. 또 고질적인 발목 부상 탓에 압박 붕대를 감고 매일 8시간씩 훈련을 빠짐없이 했다. 종목마다 펼쳐지는 1분30초의 예술은 손연재가 흘린 땀방울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13일에 귀국하는 손연재는 “한국에 빨리 가서 쉬고 싶다”며 “올해 한국에 머문 시간이 한 달도 안 된다. 혼자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할 수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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