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선(26ㆍ고양시청)은 2004년 '낭랑 18세' 여고생 때 올림픽과 첫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9년째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있다. 태권도장엔 여섯 살 때 첫 발을 들여 놓았다. '험한 세상 호신술 하나는 배워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태권수업은 순탄했다. 10살 무렵부터 각종대회를 휩쓸며 신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서울체고 1학년 때부터 국제대회에 참가해 경험의 폭을 넓혔다. 이듬해 2003년에는 고교생 최초로 태권도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돼 2004년 아테네 올림픽까지 직행했다. 한국 태권도 사상 고교생의 올림픽 출전은 황경선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테네 대회에선 경험부족으로 첫 판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맛봤다. 황경선은 굴하지 않고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을 따내는 독기를 보였다. 2005년,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로 명예를 회복했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쓸어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황경선은 베이징 대회 8강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걷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테네의 악몽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 황경선은 한국 태권도의 올림픽 도전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황경선은 이번 런던올림픽 참가로 3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섰다. 2회 이상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 태권도 선수는 황경선과 이번 대회 남자 80㎏이상급에 나선 차동민(26ㆍ한국가스공사) 2명뿐이다. 황경선은 2004년 아테네 대회 동메달, 2008년 베이징 대회 금메달에 이어 한국 태권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3회 연속 메달, 2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주특기는 174㎝의 큰 키를 이용한 시원한 발차기. 이번 런던올림픽 결승에서도 머리 발차기로만 9점을 따냈을 정도다.
황경선의 우승에 외신도 주목했다. AP통신은 11일 "황경선이 스피드, 유연성을 이용해 누르 타타르(20ㆍ터키)를 제압했다"면서 "황경선이 올림픽 태권도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딴 첫 번째 여자선수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황경선은 "외국 선수들의 실력이 한 해가 다르게 늘고 있다"면서 "우리도 올림픽을 치르려면 1년이 아니라 3∼4년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런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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