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북서부 타브리즈시 인근에 11일 오후 규모 6이 넘는 강진이 두차례 잇따라 발생, 227명이 사망하고 1,380명이 부상했다고 이란 정부가 12일 밝혔다.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 많은 농촌 마을이 대거 피해를 입은 데다 강한 여진도 수십차례 이어져 희생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300명, 부상자가 2,600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테헤란대 지진연구소는 "이날 지진이 오후 4시53분과 5시4분 11분 시차를 두고 연달아 일어났다"며 "진원은 타브리즈 북동쪽 60㎞, 지하 10㎞ 지점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 측정 결과 첫번째 지진은 규모 6.4, 두번째는 6.3이었다.
하산 카다미 내무차관은 "피해를 입은 마을이 110개 이상"이라고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밝혔다. 이란 국영TV는 "최소 6개 마을이 완전히 무너졌으며, 50~80%가 붕괴된 마을도 60개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하르, 바르자칸, 헤리즈, 메흐라반 등 진앙에 속한 4개 소읍의 피해가 컸다. 바르자칸 일대에서 구조 작업에 참여한 불도저 기사는 "진흙 벽돌로 지은 집들이 많아 마을 전체가 거대한 무덤처럼 파묻힌 곳이 많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반면 타브리즈 등 도시 지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은 "지진이 일어나자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였다"며 "다들 거리를 질주하고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도처에서 울렸다"고 BBC방송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AFP통신은 "지진 발생 시점은 라마단 단식을 막 끝낸 사람들이 집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간"이라고 보도했다.
여진이 계속되자 대규모 피난 행렬도 이어졌다. 이란 적신월사는 "경기장 등에 마련된 긴급피난처에 1만6,000명 이상이 대피했다"고 말했다. 여진은 12일 오전까지 55차례 이상 발생했다.
구조작업은 밤새 계속됐지만 지진으로 전기와 전화가 끊기면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전기와 직접수색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12일 날이 밝으면서 정부가 파견한 66개 구조팀을 중심으로 전자장비, 탐지견을 동원한 수색 작업을 했다. 이란 정부는 이날 오후 "구조 수색 작업을 마치고 이재민 구호 작업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르 대통령에게 "모든 협력과 지원을 제공하겠다"며 애도 전문을 보냈다. 독일도 외무장관 명의로 전문을 보내 지원을 약속했다. 이란은 2003년 규모 6.6의 강진이 남부 지역을 강타해 3만1,00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은 여러 지각층이 교차하는 단층선에 위치해 규모 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곳"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란 주재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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