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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보수의 곽노현'을 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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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보수의 곽노현'을 원하나

입력
2012.08.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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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열기와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수사 따위에 묻히는 게 당연하겠지만, 최근 서울 한복판 프레스센터에선 이목을 끄는 행사 하나가 열렸다. '교육의 발전적 변화와 교육감의 역할'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건 포럼이었다. 누가 이 폭염에 프레스센터까지 빌려 이런 묵직한 담론을 논의하겠다는건지 궁금했다. 초대장을 열어보기 전에는 관련 학회가 교육관련 기관 후원을 받아 열 거라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보수 성향의 시민ㆍ사회단체들이 만든 '좋은교육감추대 시민회의'(가칭)가 주최했다. 포럼 주제가 그럴듯해 나는 내용물을 잔뜩 기대했다. 망가진 MB 정부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보고, 또 이런 과정에서 교육감이 해야 할 일들을 심도있게 토론하는 자리가 아닐까, 뭐 이런 나이브한 예상을 했는데, 정말 순진했다. 포럼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때 보수쪽에서 단일 후보를 낼 수 있도록 경선 본부 같은 기능을 하겠다는 선언이다. 교육감 선거에 나가겠다는 사람의 신청을 받아 경선 규칙을 정한 뒤 경선으로 단 한명의 보수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교육 새누리당'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물론 이건 전제가 깔려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낙마다. 진통을 겪던 신임 대법관 임명이 마무리됨으로써 이달 안에 열릴 가능성이 큰 곽 교육감 상고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내려진다는 가정이 그것이다.

보수 쪽 분위기를 봐선 곽노현 이름 석자는 사라진 카드 같다. 1심에서 벌금 3,000만원, 항소심은 징역 1년의 실형 선고를 상고심에서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는 확신 때문일 게다.

모르긴해도 보수 진영에서는 2010년 6ㆍ2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떠올리기 조차 싫을 것이다. 7명 후보 중 보수 성향의 6명 후보들이 전체 득표율의 65%의 표를 가져갔지만, 서울교육의 수장은 34% 득표한 곽노현 몫이었다.'보수의 난립'만 막는 다면 '포스트 곽노현'은 보수 진영 거라는 판단을 하는 듯 싶다. 선거 결과만 놓고본다면 보수 쪽 계산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에 보수 후보들이 헤쳐 모이게 될까. 이건 지나친 낙관이다. 2년 전 선거때도 주체만 다를 뿐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당시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막후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선거란 기본적으로 돈과 조직의 논리가 지배한다. 보수 후보들이 청와대까지 나서 조율을 시도했던 단일화의 필요성을 몰랐겠는가. 그럼에도 완주를 고집한 건 어느 후보도 양보를 하지 않은 때문이다. 누가 막대한 선거 자금을 보전해주고 조직을 떠안고 가겠다고 약속할 수 있었겠는가. 만일 그때 특정 후보가 보수 단일화에 성공해 교육감이 됐다면 '보수의 곽노현'처지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진보 진영 단독 후보가 된 곽노현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돼 수난 아닌가.

보수 쪽의 조바심을 이해못할 바 아니다. 뼛속까지 도덕성을 부르짓던 진보의 대표 교육감이 아이러니하게 후보자 매수 죄로 그만둘 상황까지 왔으니,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불가능한 만큼 보수 단체들이 나서는 것 역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다. 흡사 총선을 앞둔 기성 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건 백년대계를 설계하는데 일조할 교육감 뽑는 선거엔 어울리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를 조기에 과열시켜 정치판으로 만들 소지도 있다. '교육 새누리당'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학부모들이 박수를 치겠는가.

후보들이 무더기로 나와 유권자들의 관심을 앗아가긴 보다는 1대 1 대결 구도가 되는 게 훨씬 낫긴 하다. 정책 선거가 될 수 있잖은가. 그러나 이건 자유로운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왜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게했겠는가. 답은 나와 있다.

김진각 여론독자부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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