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기세가 대단하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국제금융위기 직후에는 환율로 인한 저렴한 가격이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해외에서 현대차 가격도 정상으로 돌아섰는데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질주는 놀랍다. 마치 우리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처럼 반갑고 소식이다.
시장점유율만 높아진 것만 아니다. 전반기 현대차 영업이익률이 12%에 육박한다는 발표도 최근 있었다. 현대차에서 수출이 잘되고 이익이 많이 나면 현대차에 납품하는 수많은 기업들과 관련 산업 종사자 모두에게, 나아가서는 한국경제 전체에 여러 가지 좋은 효과들이 생길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뉴스를 들었을 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필자는 몇 년 전 자동차 분야 완성업체와 협력업체(하청업체)의 관계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혹은 동반성장)이 경제의 주요 이슈였다. 당시 완성차 업체와 주요 협력업체 200여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구해 보았는데, 의외로 완성차 업체의 이익률에 비해 협력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낮지 않았다. 심지어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오히려 완성업체의 이익률이 더 낮은 경우도 있었다. 의외의 결과였다. 왜냐하면 막강한 독점력으로 '갑'의 입장인 완성차 업체(대기업)들이 부품단가 삭감 등 여러 방법으로 '을'인 협력업체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추출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주장이 맞다면 완성차 업체에 비해 협력업체의 이익률은 훨씬 낮게 나오리라 예상됐던 것이다.
당시 연구대상이던 기업들에 대해 최근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시 계산해 보았다. 완성차 업체의 지난 7년 영업이익률 평균은 6.9%이고 협력업체 평균은 6.3%로서 큰 차이가 없었다. 협력업체의 이익률이 완성차 업체에 비해 크게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통계를 이용해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이나 혹은 일부 학자들은 대기업들을 옹호하기도 한다. 대기업 때리기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포퓰리즘에 불과하고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저 감정적인 것이고 객관적인 사실과는 다른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완성차 업체의 협력업체들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았는데, 협력업체를 '계열사'와 '비계열사'로 나누어 비교해 보았을 때 아주 흥미 있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지난 7년간 계열사인 협력업체들의 평균이익률은 7.7%로 완성차 업체의 이익률 6.9%보다도 더 높았다. 반면, 비계열사인 협력업체들의 평균이익률은 3.4%에 불과하여 완성차 업체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계열사와 비계열사를 모두 합하여 평균을 계산하면 완성차의 영업이익률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낮은 이익률이야말로 대기업들과 협력업체와의 불평등한 관계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협력업체 같지만 사실은 계열사인 협력업체와 다른 협력업체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인 대기업은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후한 대우를 해주고 다른 기업들에게는 인색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차별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웬만큼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우리가 감으로 느끼는 차이가 데이터에서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조금 더 깊이 분석해보면 진실이 나타난다. 그것이 비록 '불편한 진실'이라 해도 이를 외면하고 얼버무린다고 해서 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대표 기업들의 좋은 소식들이 올림픽 금메달처럼 모든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될 날을 기다려 본다.
오근엽ㆍ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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