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65)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11월6일 대선까지 함께 뛸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42세의 젊은 강경 보수정치인 폴 라이언 하원의원(위스콘신주)을 선택했다.
분위기 반전 위한 롬니의 대담한 선택
롬니는 11일 오전 버지니아주 노퍽의 해군박물관 유세장에서 라이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라이언의 출신주와 같은 이름의 퇴역전함 USS위스콘신호 앞에서 롬니는 “대단한 정열과 예리한 시각으로 공화당의 지적 지도자로 성장한 정치인”이라고 라이언을 소개했다. 롬니는 라이언을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한 후 “내가 때때로 실수를 하지만 이 사람을 고른 것은 실수가 아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롬니가 영국, 이스라엘 등 해외 순방을 마친 직후인 1일 라이언에게 전화를 걸어 러닝메이트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롬니가 해외순방에서 별 성과를 얻지 못하자 지지부진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대담한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4년 전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가 새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발탁한 것보다는 덜하지만 충격을 주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공화당의 선거 전략가 칼 로브는 “롬니가 대담함과 편안함 사이에 대담함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롬니의 장남과 동갑인 강경 보수
롬니의 라이언 선택이 대담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가 논란이 될 정도로 강경한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라이언은 낙태와 동성결혼에 완강히 반대한다. 또 하원 예산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감세, 정부지출 감축, 복지정책 수정 등 보수적 색채가 강한 공화당의 예산안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라이언의 선택은 온건한 이미지를 가진 롬니에게 열광적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는 전통적 보수층을 달래는 효과가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라이언의 가장 큰 특징은 젊다는 것이다. 42세인 그는 롬니의 장남과 동갑이다. 하지만 정치 경력은 짧지 않다. 1970년 위스콘신주 제인스빌에서 태어난 라이언은 마이애미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20대 때부터 워싱턴 정가에 발을 들여놓았다. 연설 보좌관 등으로 일하던 그는 불과 28세에 고향인 위스콘신주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11년부터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고 있다. 16세 때 심장마비로 아버지를 잃은 그는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 점원 등으로 일하는 등 롬니와 달리 서민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가톨릭 신자로 부인 제나와 2남 1녀를 뒀다.
재정 문제, 미국 대선 이슈로
라이언의 공화당 러닝메이트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민주당 진영은 즉각 라이언을 공격하고 나섰다. 오바마 캠프의 선거 책임자 짐 메시나는 11일 성명에서 “라이언은 메디케어(노인의료보장)를 죽이려는 계획의 설계자”라며 “공화당은 백만장자의 세금은 깎아주고 중산층과 노년층의 부담을 늘리려는 사람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라이언은 메디케어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서 민간보험을 살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했다. AP통신은 플로리다 아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 노년층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롬니의 라이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의문시된다고 전했다. WP는 민주당이 메디케어 이슈화에 나서자 “라이언의 발탁은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자 모두를 기쁘게 하는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라이언의 등장으로 정부의 역할과 재정 문제가 미국 대선의 중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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