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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줄기가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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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줄기가 만나 빚은 천혜의 자연

입력
2012.08.1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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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면 맹꽁이가 울고, 멧밭쥐가 갈대를 타고 다니는 이곳은, 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금호강과 낙동강이 마주한 달성습지다. 이 습지는 1989년 국제자연보전연맹이 발간한 아시아 습지목록에 올랐고, 2007년엔 습지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밤 11시 10분 방영하는 EBS '하나뿐인 지구'에선 생명의 숨결이 가득한 달성습지의 여름 나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대구 도심에 자리 잡은 달성습지는 강의 범람과 침식으로 인해 생겨났다. 드넓은 초지와 울창한 나무 군락이 발달해 습지는 줄곧 건강한 생명력을 지녀왔다. 1980년대엔 러시아에서 흑두루미 수천 마리가 날아와 월동하기도 했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적인 보호조류종이다. 그러나 습지 주변이 차츰 개발되면서 새들이 내려앉을만한 공간이 줄어들었고, 달성습지의 가치도 점차 빛이 바래는 듯 했다.

이곳이 맹꽁이 서식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달성습지는 다시 주목을 받았다. 한 여름, 장대비가 내리자 '맹-맹-맹-' 하는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습지에 울려 퍼진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가 비 내리는 날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짝짓기를 위해서다. 이곳엔 좀처럼 보기 힘든 맹꽁이가 수천 마리나 산다. 사람 키가 훌쩍 넘는 갈대 숲이 천적의 눈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침식과 퇴적이 거듭되면서 생긴 모래톱(모래와 자갈로 이뤄진 땅)은 맹꽁이가 가장 좋아하는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성습지는 '제2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곳에서 건설용 모래가 채취되고, 각종 시민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맹꽁이 서식지가 점차 줄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사라져가는 생명의 땅, 달성습지. 현 추세가 계속 된다면 비가 내려도 맹꽁이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날이 올지 모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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