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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람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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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람의 등급

입력
2012.08.1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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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결혼정보회사가 직업별로 남녀를 15등급으로 분류한 것을 보면 대학입시 배치표를 연상케 한다. 남자 1등급은 서울대 법대 출신 판사이고, 여자 1등급은 본인 직업에 상관없이 부모가 장ㆍ차관급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재산 1,000억원 이상 기업가, 서울 강남의 대형병원장이다. 반대로 꼴찌인 15등급은 남자는 일반 중소기업 정규직 입사자, 여자는 무직이다. 남자의 경우 비정규직이거나 무직일 경우 아예 등급조차 없어 분류 대상에서도 빠졌다.

■ 북한에도 신분제가 있는 모양이다. 미국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가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성인은 핵심, 동요, 적대 등 3개 범주로 분류된다”면서 카스트제도와 유사하다고 했다. 핵심계층은 겉과 속이 빨간 ‘토마토’, 동요계층은 겉만 빨간 ‘사과’, 적대계층은 ‘포도’에 비유했다. 핵심계층은 인구의 4분의 1 가량이며, 군부와 노동당을 장악해 평양에 살고, 적대계층은 북동부 산악지대의 탄광ㆍ농장에 수용돼 있다고 한다.

■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백인종인 아리아인들이 원주민을 정복하면서 만든 것으로 피부 색깔로 신분을 구분하는 ‘바루나’라는 제도에서 발전한 것이다. 1947년에 공식 폐지되었지만 카스트는 여전히 인도사회를 지배하는 신분제도이다. 인도인의 신분은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이나 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일반백성 및 천민) 4개로 구분되며, 이들보다도 하층민으로 등급이 아예 없고, ‘닿기만 해도 부정해지는’ 불가촉천민이 2억명에 이른다.

■ 신한은행이 저학력자에게 대출을 차별하다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이 은행은 자체 신용평가에서 고졸 이하 13점, 석ㆍ박사 학위자 54점으로, 저학력자는 대출을 못 받거나 이자를 더 내는 불이익을 받았다. 하긴 조선시대에도 국민을 양반-중인-상인(常人)-노비로 구분하는 반상(班常)제가 있었다. 지금도 일부 노인들은 ‘양반 집안, 상놈 집안’을 들먹이기도 한다. 첨단금융기법을 추구해야 할 은행이 학력차별을 통해 대출을 해왔다는 것이 황당하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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