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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독도와 12월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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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독도와 12월 대선

입력
2012.08.1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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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에서는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ㆍ미선양 사건'이 반미감정을 고조시켜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올 12월 대선에서는 반일감정이 그런 변수가 될 조짐이 점점 농후해지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무산 파동은 예고편의 하나였다. 국무회의에서 밀실 처리된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그대로 체결됐더라면 집권여당 후보에게 막대한 타격을 주었을 게 분명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경선후보는 2년 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논의 초기단계부터 관련 전문가들에게 찬반 의견을 들었고, 원칙적으로는 찬성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협정 서명 1시간여 전에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중단시킨 것은 뒤늦게 그 파장을 깨달아서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한일관계를 이번 대선 중심 이슈로 밀어 올리고 있다.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를 둘러싼 논란도 대통령 독도 방문과 맞물려 한층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 말 레임덕 돌파용으로 독도 카드를 빼 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반일감정 고조가 이번 대선 판도에 큰 변수가 될 폭발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또 다른 정치적 노림이 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 독도 방문 파장 속에 새누리당 박 후보측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경선후보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폭파 발언' 진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문 후보가 2일 '대일 5대 역사현안에 대한 문재인의 구상'을 발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수교협상 언저리에 "그 섬(독도)을 폭파시켜서 없애버리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며 비판한 게 발단이었다. 박 후보측은 독도 폭파 발언은 일본측이 했던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미 국무부 기밀대화 비망록에 박 전 대통령의 문제 발언이 나와 있어 공방은 박 후보측 판정패로 끝났다.

2005년 공개된 한일기본협정 관련 문서에 따르면 최초 독도 폭파 발언은 일본측이 했다. 그러나 협상에 깊이 관여했던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나 박 전 대통령도 문제의 폭파발언을 공공연히 입에 올린 것도 사실이다. 이 발언보다 더 큰 문제는 한일간 '독도밀약'이다. 언론의 추적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 이 밀약에는 '독도는 한일 양국이 모두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이에 반론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의 민감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런 밀약과 한일합병조약 등의 무효에 대한 모호한 규정은 14년이나 끈 한일기본조약을 타결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굴욕적인' 한일기본조약 체결 강행은 '6ㆍ3사태'라는 국민적 저항을 불렀다. 주동자로 투옥됐던 인사 중 한 사람이 고려대생 이명박이었다. 당시 독도 문제와 한일합병조약 무효 등을 모호하게 넘긴 게 오늘 한일문제의 주된 뿌리다. 독도문제 등으로 반일감정이 고조되면 당시 국정 최고책임자였던 박 전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의 만주군관학교 경력은 그런 논란에 기름을 붓는 소재다. 5ㆍ16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정가는 바짝 긴장했다고 한다. 당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군사쿠데타는 대부분 민족주의와 친사회주의 성향을 띠었던 탓이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박정희 소장 사진이 실린 호외를 본 일본 정객들은 "다카기 마사오(高木正雄)아냐?"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는 얘기도 있다. 다카기 마사오는 박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이다.

일본은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거기에 일본 우익들의 돌출행동이 가세하면 한일관계 악화와 반일감정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그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일본군 장교 경력과 독도문제 등에 대한 군사정부의 책임론은 12월 대선의 핵심 쟁점이 될 게 뻔하다. 박 후보에겐 큰 부담이다. 하지만 과거 일에 대한 논쟁에 매몰돼 한일 현안해결과 관계재정립 비전이 대선에서 실종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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