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가정주부가 모텔 방에서 8ㆍ5ㆍ3세의 세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10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여성은 숨진 세 아들을 침대 위에 나란히 눕혀 놓은 채 4일간이나 함께 생활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7시쯤 서울 관악경찰서에는 '아내 김모(38)씨가 아들 셋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는 내용의 가출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모 방송국 공채탤런트 출신으로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조연배우 A씨였다. A씨는 부인이 자신과 말다툼을 한 뒤 집을 나갔지만 따로 짐을 챙겨 나간 것은 아니어서 곧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부인이 돌아오지 않자 A씨는 결국 경찰서를 찾았다.
김씨 행적을 탐문하던 경찰은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 교사로부터 "아이들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10만원을 송금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추적한 김씨의 휴대폰 위치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의 한 소매점. 이 가게 주인은 "애들 셋을 데리고 있는 여자가 내 휴대폰을 빌려 썼다"고 경찰에게 밝히며 가게 앞 모텔을 가리켰다.
이날 오전 11시 55분쯤 모텔 205호 방문을 열고 들어간 경찰의 얼굴은 굳어졌다. 침대 위에는 8ㆍ5ㆍ3세인 김씨 아들 셋이 이불을 덮고 숨져 있었다. 부인 김씨는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는 소주병들이 놓여 있었고, 방안에는 담배연기가 가득 차 있었다.
사건 관할인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의 조사결과 김씨는 5일 낮 12시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집을 나온 뒤 오후에 이 모텔에 투숙했다. 6일 늦은 오후 김씨는 잠들어 있는 세 아들의 얼굴을 베개로 차례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했다. 잠이 든 아이들은 반항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99년 A씨와 결혼한 김씨는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친지 등 주변 사람들에게 적게는 10만원에서 1,000만원대까지 돈을 빌려 사용했다. 김씨는 검거 뒤 "얼마 전 돈 빌린 것을 남편이 알게 돼 다툰 뒤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현재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있어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아내가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은 없지만 최근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아들 셋을 살해한 정확한 이유를 조사 중이다. 경찰관계자는 "김씨는 아이들을 살해한 후에도 계속 모텔방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양=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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