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건국 이후 국가 원수로서 처음 독도를 방문한 것은 일본이 줄기차게 영토 분쟁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대내외에 재확인하기 위한 포석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2년 당시 사실상의 국가원수였던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울릉도를 방문했지만 독도에는 가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독도 방문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미루다 9일 독도 방문 엠바고 브리핑 직전에 대통령이 직접 결정해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독도 방문의 목적을 환경 보존과 연결시켜 대통령이 자국 땅을 돌보는 국가원수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통치 행위로 설명하고 있다. 자칫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정치·외교적 행위로 비칠 경우 일본의 영토분쟁화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방문 수행단도 외교, 국방부 장관이 아닌 문화, 환경부 장관으로 결정됐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평소 울릉도와 독도가 친환경적인 '녹색섬'으로 보존돼야 한다고 밝혀왔다"면서 "에코시티에 준해서 그런 방식으로 개발되면서 보존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을 굳이 이 시점에 단행한 이유를 8·15 광복절을 앞두고 최근 일본에서 보여지고 있는 위험스런 우경화 분위기와 연결 짓는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토에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영원히 기회를 잃는다"며 강력하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노다 총리는 문제 해결은커녕 극우가 준동해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을 박는 등 극우파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더 이상 일본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독도 방문은 그러한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문제에 대한 반복되는 망언과 도발에 경고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불거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추진에 따른 국내 비판을 불식시키고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회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달 들어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18%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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