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창조성을 '신'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다시 만들어진 신 / 스튜어트 카우프만 지음
지난 6월 한국 과학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과학교과서 출판사들이 창조론을 지지하는 기독교 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의 주장에 따라 시조새와 말의 진화 부분을 수정하려 한다는 기사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 실렸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문가위원회를 꾸려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논란은 일단 잠잠해졌지만, 단지 진화론과 창조론의 해묵은 싸움으로만 치부하기엔 논란의 무게가 만만찮다. 이미 서구 과학계에선 교과서를 다시 쓰는 차원이 아니라 신(神)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자연은 법칙의 지배를 받지만 부분적으로 법칙을 넘어선다. 그렇게 '자기조직적'이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빚어낼 수 있다. 책은 자연의 이런 창조성 자체를 '신'이라 불러도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평생 생명과 우주의 조직원리를 연구해 온 카우프만의 제안이기에 더욱 끌린다.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ㆍ496쪽ㆍ2만5,000원 네이처>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재일조선인의 역사, 폭력의 메커니즘으로 해석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 서경식 지음
디아스포라(이산)라는 주제를 갖고 오랫동안 천착해온 재일조선인 2세인 서경식(61) 현 도쿄 게이자이대 교수가 재일(자이니치) 조선인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했다. 식민 시절 강제로 일본 국민이 됐다가 해방 이후 다시 국적을 빼앗기지만, 조국이 분단되면서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도록 강요 받고 선택을 해야만 했다. 난민의 신세로 전락한 재일조선인들의 역사를 폭력의 메커니즘으로 해석했다.
그는 위안부, 강제 징용, 한일협정 등 여전히 현안으로 남은 문제에서 일본이 보여 온 태도의 문제점을 실증적으로 밝힌다. 관동대지지진 당시 일본이 보인 모습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때 인터넷에 떠돈 외국인 혐오증으로 되살아나 재일조선인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동시에 한국에 온 저개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한국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저자는 되묻는다. 지난 1월 일본에서 일본어로 출간된 책을 번역했다. 형진의 옮김. 반비ㆍ272쪽ㆍ1만4,000원
장병욱기자 aje@hk.co.kr
美서 성공한 한인 9명 "하고 싶은 일 찾아라"
꿈을 이뤄드립니다 / 이채영 지음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작가가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 9명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개인사와 한인들의 삶을 소개한 책이다. 인터뷰 대상은 신호범 미국 워싱턴 주의회 상원 부의장,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윤치원 UBS은행 아태지역 회장, 김훈이 레스토랑 '단지'의 셰프, 빅터 차 조지타운 대학 교수, 미국 여성작가 김원숙, 정범진 뉴욕 브루클린 형사법원 판사, 마가렛 리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 YWA 공동대표, 고경주 미국 보건부 차관보 등 미국 한인사회에서는 내로라하는 유명인들이다. 이들이 유명세를 탄 것은 미국에서 그 위치에 있어서가 아니라, 시련을 딛고 일어선 한국인이기 때문. 이들은 공통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꿈꾸던 일을 이룰 수 있다"고 회상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달ㆍ376쪽ㆍ1만5,0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
침략의 과거사 하얗게 덮으려는 日의 벚나무 기증
벚꽃의 비밀 / 류순열 지음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여기저기 벚나무가 심겨졌지만 해방 이후에는 거의 남김 없이 베어져 나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해방 이후 20년이 못돼, 진해에 전군가도에 여의도 국회 주변에 벚나무가 다시 들어섰다.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이 대거 기증운동에 나선 결과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무슨 목적으로 벚나무를 기증했는지, 한국은 또 무슨 생각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는지, 일본인에게 벚꽃은 어떤 의미인지를 짚어보며 저자는 벚꽃을 정치ㆍ군사적인 꽃이라고 단언한다. '천황을 위해 사쿠라 꽃잎처럼 지라'는 말처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벚나무 기증은 반성과 사과 없이 하얀 벚꽃으로 침략의 과거사를 덮으려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에세이퍼블리싱ㆍ230쪽ㆍ1만5,000원.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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