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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정감록 미스터리' 한국의 영원한 예언서 정감록…'진인'은 민중 노여움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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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정감록 미스터리' 한국의 영원한 예언서 정감록…'진인'은 민중 노여움 상징

입력
2012.08.1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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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 미스터리 / 백승종 지음ㆍ푸른역사 발행ㆍ400쪽ㆍ1만8000원

미시사 연구를 해온 역사학자 백승종씨가 조선시대 대표 예언서 <정감록(鄭鑑錄)> 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이 책이 갖는 문화사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짚었다. <정감록> 은 이성계의 조상인 이심, 이연 형제와 정몽주의 선조인 정감이 하늘에서 나누는 대담을 모은 것이다. 물론 이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조선이 곧 멸망하는데 그때 어디로 가야 살 수 있는지, 계룡산에 서게 될 새 왕조는 언제 나타나는지 등이 주요내용이다.

정감록에서 누누이 새 세상을 열 사람으로 지목하는 진인(眞人)은 조선의 지배이데올로기가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내세우는 군자와 다르다. 저자는 민중의 노여움의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도교나 불교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진인이 남행에서 계룡으로 나오면 (새 왕조의)창업을 알 수 있다'는 예언은 서남해에 서양 선박이 출몰하고 무인도가 개척되는 19세기 말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해도진인(海嶋眞人)의 출현을 동경한 민중의 바람이 녹아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주문 같은 '궁궁을을(弓弓乙乙)'을 정감록의 키워드 중 하나로 저자는 말한다. 동학과 증산교, 원불교에서 이어 받아 중시했다. 주로 난을 당했을 때 몸을 숨길 장소 정도로 해석돼 왔고 동학에서는 태극 개념으로까지 발전했지만, 사실 이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정감록은 이렇게 명확하지 않은 대목이 수두룩해 신봉자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 식으로 해석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다못해 현대로 와서는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진인이라는 소리까지 나왔으니까.

저자는 정감록을 '고대 천문사상과 음양오행설, 풍수상에 더해 한국의 정치사가 정감록 안에 녹아 들어 있는 예언문화의 집대성'이라며 '조선 왕조 몰락을 예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변화를 추동시킨 한국인의 영원한 예언서'라고 의미부여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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