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이 내일 끝난다. 우리 선수단은 기대 이상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온 국민이 흐뭇한 마음으로 폐회식을 지켜볼 만하다. 사상 첫 동메달을 다툰 축구 한일전 결과에 따라 축하 무드가 얼마간 달라질 수 있지만, 대세를 좌우할 일은 아니다. 설령 지더라도 올림픽 4강만으로 대견하다. 월드컵 축구도 아니고 숱한 종목에서 스포츠 국력을 겨루는 대회인 만큼, 축구 한일전 승패에 호들갑 떨건 없다.
■ 우리 선수들과 국민의 올림픽 메달, 특히 금메달 집착은 유난하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격정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은메달 또는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흔히 실망과 좌절감에 고개를 떨구는 건 아직 우리가 두드러진다.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만, 동메달에도 환호작약하는 서구 선수들에 미치지 못한다. 메달을 따고도 마치 죄라도 지은 듯 송구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 '은메달 증후군'으로 부를 만한 이런 반응을 '침팬지의 역설(The Chimp Paradox Model)'로 풀이한 스포츠 심리학자가 있다. 영국 사이클 대표팀의 심리조절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정신의학자 스티브 피터스다. 그에 따르면 선수들의 감정을 지배하는 우뇌(右腦)는 예컨대 침팬지처럼 무작정 승리를 좇게 한다. 반면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는 올림픽 정신에 충실하게 참여와 경쟁 자체를 즐기게 한다. 승부가 갈리는 순간, 어느 쪽 영향을 많이 받느냐에 따라 선수들이 달리 반응한다는 것이다.
■ 실망감을 넘어 죄책감까지 갖는 '은메달 증후군'은 이내 사라지기도 하지만, 대개 3개월 정도 지나야 치유된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은 목표 달성에 실패한 선수들의 심리치료를 복권기금으로 지원한다. 또 승부에 대한 지나친 압박감으로 공황장애(panic disorder)까지 겪는 선수들을 위해 평소 심리조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메달을 딴 선수들을 치하하기만 할 게 아니라, 좌절한 선수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돌봐야 한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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