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그년'으로 지칭한 트위터 글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일단 이 의원이 사과 제스처를 취했지만 몇 차례나 자신의 말을 뒤집는 바람에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 의원 막말 파문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인 민주당도 파문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민주당은 당이나 당대표 차원의 공식 경고나 사과성명을 내놓기는커녕 은근슬쩍 파문을 봉합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이 의원이야 그렇다 쳐도 연말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당의 상황 판단과 대처 능력이 겨우 이 정도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4ㆍ11 총선 당시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용민씨의 막말 파문 때문에 고배를 마신 게 불과 4개월 전 일이다. 민주당의 증세가 중증 치매는 아니어야 할 텐데 큰일이다.
영어로 의회를 뜻하는 'parliament'는 프랑스어로 '말하다'를 뜻하는 'parler'에서 파생한 말이다. 그만큼 정치인과 말(言)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유감스러운 것은 한국 정치에서 양언(良言)보다 악언(惡言)이 득세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대립구도가 심화하고, 정권교체를 번갈아 경험한 여야의 집권 욕구가 팽창하면서 정치인들이 건전한 정책 대결보다 죽기살기 식 흠집내기에 몰두한 결과다. 아무리 정치인이 말로 먹고 산다 해도 갈수록 그들의 세 치 혀가 듣기 험한 말만 쏟아내는 현상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이러니 정치인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의 막말 파문은 정치인들에게 이제부턴 세 치 혀와 함께 두 엄지손가락도 신중히 놀려야 함을 일깨운다. 정치인들 사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대세가 된 요즘, 이번 파문은 SNS도 돌다리 두드리듯 사용하지 않으면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는 유권자들과 직접 '솔직 토크'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에게 유익하다. 상당수 정치인들은 틈날 때마다 직접 글을 올리고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 정국 현안과 사회 이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SNS에 몰두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면 해질수록 정치인들이 오류와 함정에 빠질 공산도 함께 커진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글에 대한 반응이 뜨거우면(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에 대한 지지와 인기를 유지ㆍ확대하기 위해 더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띄우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이때쯤이면 SNS 공간에서 관계를 형성한 이들이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오판, 자신을 비판하는 글보다 지지하는 글만 보게 되는 편식, 머릿속에서 생각나는대로 자판을 두들긴 뒤 내용 검토 없이 바로 전송 버튼을 누르는 경솔함, SNS 공간의 의견들이 실제 현실 공간의 여론일 거라는 착각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이 의원이 막말 파문 후에도 "'너무 약했다, 세게 하라'는 의견도 들었다"는 등 현실 여론과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을 보면 그도 SNS에 몰입한 부작용을 톡톡히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SNS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단지 정치공학적으로만 이용하려 들면 이 의원처럼 낭패를 보기 쉽다. 무엇보다 현실 공간과 다른 SNS 공간의 속성과 특징을 제대로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SNS 공간도 현실 공간과 마찬가지로 품격과 예의를 갖춰야 하는 곳이다. SNS는 인터넷보다 자정력이 뛰어난 곳이어서 막말이나 비속어를 자주 쓰거나, 근거 없는 낭설을 사실인양 퍼뜨리는 이는 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 정치인이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구분하지 못한 채 SNS가 마치 선술집 한 켠의 사적 공간이라도 되는 양 버젓이 막말과 비속어를 올리는 것은 공인으로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다. 이 의원은 트윗을 날리기 전에 먼저 'SNS 에티켓'을 익히고 체화하기 바란다. 지금은 엄지손가락이 정치적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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