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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저자 박상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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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iew/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저자 박상표씨

입력
2012.08.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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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48인분, 닭 12마리.

국내 성인 1명이 한 해 동안 소비하는 고기의 양이다. 무게로 따지면 41.1㎏. 1970년보다 무려 8배가 늘었다. 미국, 중국의 1인당 섭취량은 각각 127㎏, 56㎏으로 한국보다 더 많다. 세계 인구가 두 배 늘어나는 사이 고기 소비량이 네 배 증가했다. 먹고 싶으면 얼마든 더 먹을 수 있는 고기 풍요의 시대다. 그 마법은 생산량을 크게 늘린 '과학 축산'의 도입으로 가능해졌다.

그러나 박상표(44) 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과학 축산'은 황금알을 낳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이며 "결코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게다가 "가축들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키우는 공장식 축산방식은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해 예기치 못한 인명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정부의 축산정책에 대해서도 "전 세계 추세와 배치되는 공장식 축산 장려정책을 펴며 역주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공장식 사육을 비판한 책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을 낸 박 국장은 서울 성동구에 있는 그의 동물병원에서 만났다.

-최근 폭염으로 전국에서 1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했다.

"1차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키우는 밀집사육, 그러니까 과학 축산도 집단폐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무리 폭염이라도 자연 상태에선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죽진 않는다."

-획기적 축산법이라 알려진 게 과학 축산 아닌가.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가축을 몰아넣고 키우고, 병에 걸리지 말라고 각종 항생제를 투여한다. 성장 촉진을 위해 호르몬제도 투여하는 게 지금의 과학 축산이다. 대량생산에만 초점을 맞췄다. 황금알을 낳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다. 소비자는 깨끗이 포장된 정육만 봐서 모르겠지만 그 전 단계인 사육, 도축 과정을 보면 수용소보다 더하면 했지 덜하지 않다."

-과학 축산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삼겹살은 어떻게 생산되나.

"수퇘지 고기는 익힐 때 고약한 노린내 '웅취'가 난다. 이걸 없애려 생후 1주일 안에 고환을 거세한다. 새끼돼지가 젖이 잘나오는 젖꼭지를 차지하려 싸우다 다치는 걸 막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송곳니를 자른다. 폐질환 치료제 락토파민을 먹이기도 하는데 이 약품의 부작용, 살찌우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항생제 오남용도 심하다던데.

"2002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축에 쓴 항생제 양이 미국의 6배, 스웨덴의 30배다. '자신이 기른 가축에겐 항생제를 처방할 수 있다'는 수의사법 예외 규정 탓에 가축업자는 마치 예방약인 것 마냥 사료에 항생제를 섞어 먹이를 줬다. 양식업에선 그 비율이 무려 1대 30에 달한다. 사료배합은 법으로 금지됐지만 여전히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다."

-가축에게서 생긴 항생제 내성 세균에 사람이 감염될 수 있나.

"항생제를 많이 쓰면 당연히 내성 세균이 생긴다. 국내에선 가축에 쓰는 항생제 양이 해외보다 많기 때문에 그만큼 항생제 내성균이 인체에 들어올 위험성도 크다. 이외에도 밀집사육 과정에서 신종인플루엔자A처럼 예기치 못한 인수공통전염병이 발생해 인명피해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은 가축에 쓴 항생제와 상관없다는 주장도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전문가들이 모여 항생제 내성균에 관한 연구ㆍ조사를 하는 국제단체가 있다. 여기에 왜 동물을 담당하는 OIE 전문가가 참여했겠나. 국내에도 그런 주장을 하는 교수가 있는데, 그 분은 항생제를 만드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는다. 과학자가 하는 주장이라고 모두 객관적이지는 않다. 그 이면에 있는 정치성까지 따져봐야 한다."

-그간 정부의 축산업 정책은 어땠나.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시를 받느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축산업계는 큰 재앙을 맞았다. 이명박 정부는 한중 FTA를 추진 중인데, 넉아웃된 선수에게 또 다시 주먹질을 퍼붓는 것과 같다. 정부가 바뀌어도 농어민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이명박 정부는 '농어업 선진화' 정책을 계속 추진했는데.

"구제역 사태가 왜 왔나. 공장식 축산으로 밀집 사육하니까 병이 삽시간에 퍼진 거다. 그런데 구제역 이후 대책이라고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보면 되레 가축의 적정사육면적을 줄여 놨다. 더 밀집시켜 사육해도 된다는 거다. 공장식 축산을 강화하는 역주행 정책이다."

-그렇다고 당장 공장식 축산을 하지 않을 수 있나.

"육류 섭취량 증가는 비만을 불러오고, 지구에도 큰 부담이다. 쇠고기 1㎏을 얻으려면 곡물 8㎏이 있어야 한다. 전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약 18%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많은 양이다. 고기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건 맞다. 고기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동물이 행복하게 자라야 인간도 건강할 수 있다는 동물복지에 관한 인식을 심는 게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하에 점진적으로 공장제 축산방식을 해체하는 쪽으로 가는 게 옳다."

-동물보호단체도 동물복지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호응이 적다.

"채식주의자는 당연하고, 동물보호론자 중에서도 가축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동물보호, 동물복지를 그런 자신의 신념에서 접근하니까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것 같다."

-해결책의 첫 번째 단계라면.

"조합원은 생산자의 생계를 책임지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먹을 거리 안전을 책임지려 노력하는 생협의 활성화다. 축산방식을 전환할 때 드는 비용의 상당부분을 생협이 보전해 줄 수도 있다. 생협은 지역사회, 농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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