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자연수명은 20~30년이다. 그런데 삼계탕 등으로 즐겨 먹는 육계(肉鷄)는 35일 만에 도축된다. 몸무게가 1.5~1.8㎏ 되는 이때가 가장 먹기 좋기 때문. 산란계 수평아리는 태어난 지 하루도 안 돼 살해된다. 알을 낳지도 못하고 육질이 질겨 구이용 닭으로도 효용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2010년 국내에서 도축된 닭의 수는 7억2,500만 마리. 그네들은 A4 종이 크기의 우리에서 만성골다공증과 호흡기 질환, 피부병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했다.
공장식 축산에서 가축은 제명대로 살지 못한다. 송아지에게 허락된 삶은 5개월 남짓.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작은 사육 상자에 갇혀 짧은 평생을 보낸다. 철분을 뺀 대용유를 먹이로 준다. 고기 빛깔이 연할수록 높은 값을 받기 때문이다.
빈혈을 앓던 송아지는 곧 이상행동을 보인다. 나무 상자를 물어뜯거나 자신의 털과 배설물까지 핥아먹는다. 부족한 철분을 채우려는 몸부림이다. 철분을 섭취하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터라 사육장에선 송아지 목에 줄을 묶어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5개월, 햇빛 한 번 제대로 쬐지 못한 송아지는 연한 고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이내 도축된다. 유럽연합(EU)에선 2007년 송아지 사육 상자 사용을 금지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 방식을 고수한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개마고원 발행)는 읽을수록 불편하다. 책은 '과학 축산'이란 화려한 수사 뒤에 숨은, 생명을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만 보는 그 '불편한 진실'을 조목조목 꼬집는다. 문제는 각종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을 투여하고 밀집사육 시키는 과학 축산이 되레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가축이>
수십 년 전만 해도 고기는 마을 잔치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생물학과 수의학을 앞세운 과학 축산의 도입으로 고기 풍요의 시대가 왔다. 가령 끊임없는 종 개량으로 1974년 289㎏이던 한우 수소의 평균 체중은 2004년 542㎏으로 늘었다. 그러는 사이 '풍요의 질병'이라 불리는 심장발작, 암, 당뇨병 환자도 함께 증가했다.
광우병, 신종인플루엔자A(H1N1), 조류독감, 구제역 사태도 공장식 축산이 낳은 부산물이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를 빨리 키우려 동물성 사료를 주면서 생겨났고, 멕시코와 미국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신종플루는 전 세계에 '바이러스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 바이러스는 약 2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래서 동물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축에게 동물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먹을 거리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육류 소비량을 줄이고 공장제 축산을 해체하려는 노력이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