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계획경제에서 탈피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제개선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북한이 6월28일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새로운 경제대책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9일 "지난 6일부터 각 근로 단체 조직과 인민반, 공장·기업소 등을 상대로 새 경제관리체계 도입과 관련한 강연회가 진행됐다"며 "국가가 따로 생산 품목이나 계획을 정해주지 않고, 공장·기업소들이 독자적으로 생산하면서 생산물의 가격과 판매 방법도 자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양강도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생산설비, 자재, 연료, 전력 문제도 국가가 아닌 관련 공장이나 탄광, 발전소와의 독자적인 거래를 통해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다"면서 "다만 무료 교육, 무상 치료와 같은 사회주의적 시책들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전했다.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6ㆍ28 경제대책 조치는 ▦공장기업소들의 독자적 생산품 결정 및 가격과 판매 방법, 수익 배분의 자체 결정 ▦농업 분야의 30% 수확물 개인 소유 인정 ▦국가기관 및 의료ㆍ교육 분야 직원을 제외한 주민들에 대한 배급제 폐지 등이 골자다.
이처럼 시장경제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데에는 심각한 경제난에 따른 고육책 성격이 짙다. 2009년 11월 단행된 화폐개혁 실패와 국제사회 제재 강화 등에 따른 만성적인 공급 부족 현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중앙통제식 계획경제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마당(시장) 확대와 중국과의 밀거래를 포함한 교역 급증 등 경제여건의 변화상을 일부라도 수용하지 않으면 중앙 통제력 상실과 함께 '김정은 체제'의 위기로까지 확대될 것이란 우려 속에 북한 당국이 서둘러 경제개혁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상이 배급제를 기초로 한 북한 계획경제의 근본적인 틀을 깨는 정도의 혁신적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미 평양 이외의 지역에서는 배급제가 유명무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별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자구책 차원에서 새로운 경제체계를 도입해 보는 실험적 차원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시장 기능이 가미되고 있지만 북한 경제시스템 전체가 바뀌는 질적 변화의 조짐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면서 "약간의 변화 조짐을 계획경제 포기로 연결 짓기에는 무리이며 부분적 시범적 시행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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