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어머니, 설화, 역사 등 한국적 정서를 화폭 가득 담아온 서양화가이만익씨가 9일 오전 1시 53분 서울 강남 세브란스병원에서 지병인 만성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중 3학년 때인 1953년 제2회 국전에 '정동의 가을', '골목'이 입선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화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중학생을 입선시킬 수 있느냐는 논란까지 불거져 이후 국전 출품자격에 '대학 3학년 이상'이라는 나이 규정이 생길 정도였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 3학년 재학 중 국전에서 특선을 했고, 졸업 후에도 '여념', '하영', '시장일우' 등으로 3년 연속 국전 특선 기록을 세웠다.
한국 전통에 눈을 뜨며 새로운 화풍을 추구한 건 30대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다. 75년 프랑스 파리의 아카데미 괴츠에서 배울 때 나라마다 고유의 색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뒤로 그는 "그림은 남이 아닌 나를 닮아야 한다"는 신조로 작업을 이어갔다. 그 결과물이 단순하면서 뚜렷한 윤곽선과 토속적인 색채 등 한국적인 미감이 담긴 작품들이었다.
고인의 작품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중요한 주제다. '가족도', '모자도', '우리역사'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한 꾸준한 애정과 관심,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40여 차례 전시를 통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은 2,000여 점에 달한다. 88년 서울 올림픽, 서울 장애인 올림픽 미술감독을 지냈고, 국내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 '댄싱섀도우'의 포스터를 제작하며 대중과도 교감했다.
유족은 부인 김대화씨와 아들 민겸(MK컬렉션 대표) 민선(콘텐츠 디자이너)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 11일 오전 9시 3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02)3410-6914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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