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직장ㆍ지역 가입자 구분 없이 소득으로 단일화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은 이미 2000년 건강보험으로 통합돼 보험재정을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보험료 부과 체계는 서로 달라 형평성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직장 지역 구분 없이 소득에 부과
건보공단은 9일 서울 불광동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을 발표했다. ▦월급에 부과하는 직장가입자와 ▦재산과 일부 소득에 부과하는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돼 있던 부과체계를 소득에 대한 부과로 단일화하되, 부과 대상 소득을 현행 근로·사업·임대·이자·배당·연금·보수 외 근로·기타 소득에서 양도·상속·증여 소득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또 다양한 모의시험을 거쳐 5.5%의 단일 보험료율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행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5.8%)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으로, 이 경우 전체 세대의 92.7%에서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소득 분위 별로는 소득이 없는 하위 20%(1~4분위)는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고, 상위 5%(20분위)는 보험료가 인상된다. 결국 집 자동차 등이 있어도 소득이 없는 사람은 보험료를 내지 않게 되고, 집 차가 없어도 이자 배당 연금 소득이 많은 사람은 보험료를 많이 내게 된다.
소득파악 얼마나 하느냐가 관건
하지만 자영업자 등의 소득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는지가 문제다. 현재 소득 파악률은 직장가입자가 75%, 지역가입자가 50% 정도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높이는 것은 소득 파악률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렸는데 건보공단은 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 같다”며 “조세 당국과 자료 협조를 강화해 소득 자료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최근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는 등 환경 변화로 국세청의 소득 파악률이 많이 올랐고,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자영업자는 대부분 무소득자”라며 “과거처럼 소득 파악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자 배당 등 금융소득은 4,000만원 이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애초에 건보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문제다. 다만 8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종합과세 기준을 3,000만원으로 낮춤에 따라 건보료 부과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간접세로 건보 재정 확충
건보공단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를 각각 0.51%씩 더 부과하는 방안도 내놨다. 소비수준은 소득수준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새로운 부과체계를 모의 시행한 결과 총 건보료가 32조6,537억원으로 올해 추계액(35조5,758억원)보다 2조9,221억원 가량 줄기 때문에 차액을 간접세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62.7%(2010년 기준) 수준인 건보 보장률을 5년 후 80%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36조6,000억원이 든다는 추계치도 나왔다.
하지만 간접세를 통한 재정 충당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통일 등 향후 재정 부담을 대비해 인상 여력을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보험에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소득에 대해 이미 보험료를 부과했는데 소득으로 쓰는 소비에 다시 부과를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본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보험료 부담 평등의 원칙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과체계 단일화와 재원조달 기반 확대가 꼭 필요하다”며 “공단이 6개월간 준비한 이 개선안에 외부 연구용역 결과를 취합해 보건복지부에 정책 수립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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