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흥국생명. 2004년에는 도심에 고가의 부동산을 사들이고(293억), 희망퇴직자 위로금(73억)을 주느라 흑자폭이 감소했지만 그래도 당기순이익은 26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회사는 "미래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이듬해 1월 강제퇴직(217명)과 정리해고(21명)를 단행했다. 노동부와 검찰도 부당해고라고 판단, 회사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흥국생명 해고자복직투쟁위 김득의(45) 간사는 "회사가 흑자를 내고 있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경영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정당화한 판결이었다"며 "'정리해고를 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노동법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영상 이유'를 내세워 정리해고를 단행하는 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제로는 경영상 위기와는 무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2005~2012년 정리해고를 단행한 15개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7곳이 정리해고 당시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거나, 높은 현금동원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에 따르면 2011년 2월 172명을 정리해고한 한진중공업(조선)은 2009년 영업이익 2,502억, 2010년 영업이익은 2,502억에 달했다. 올해 3월 93명을 정리해고 한 K2코리아는 지난해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2005년 2월 78명을 정리해고 한 코오롱의 2004년 영업이익은 1,515억원에 달했다. 기업들은 "물량수주 등 경영상 이유"(한진중공업), "경영위기"(코오롱), "글로벌 경제위기"(파카한일유압) 등 경영상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정당화했지만, 실제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손실유무보다는 ▦공장의 해외이전 ▦주식 지분 변화 등 지배구조 개편 ▦정규직 인력의 비정규직화 ▦노동조합 무력화 등이 정리해고를 시도한 목표였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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