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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참여정부의 실패를 거론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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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참여정부의 실패를 거론하는 이유

입력
2012.08.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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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실패했다. 530만 표 차의 압승으로 임기를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국민들은 기대를 접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 리더십과 정치적 민주주의의 훼손도 문제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노선 때문이었다. 우파 신자유주의 노선에 따라 친재벌, 친시장, 친토건, 감세, 규제완화, 의료민영화 등의 정책을 밀어붙였는데, 이게 사회양극화와 민생불안을 더욱 심화시켰다. 특히 2008년의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의 실패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2010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복지국가가 신자유주의 양극화 체제의 대안담론이자 시대정신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공격했다.

나는 참여정부도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은 특권과 반칙을 반대하며 꿈과 희망을 제안한 노무현 후보의 참신한 모습에 열광했다. 그는 이러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 덕분에 이회창 대세론을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노무현 후보의 대선 공약은 진보성과 진취성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고 매우 우수했다. 그래서 2003년 2월 25일 참여정부의 임기가 시작되었을 때, 많은 국민들은 큰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성의 국정운영 보고서가 청와대에 제출됐고, 이후 참여정부가 좌파(온정적) 신자유주의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성장주의를 표방했고, 노동의 유연성과 비정규직의 확대를 허용했다. 취약한 사회공공성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팽개쳤고, 영리병원과 민간건강보험의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다. 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었고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급기야 '투자자-국가 소송'과 같은 독소조항을 포함한 한미FTA를 밀어붙였다. 처음부터 우파 신자유주의 노선을 천명함으로써 충분히 예견되었던 이명박 정부의 실패와 달리 예견되지 않았던 참여정부의 실패는 훨씬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는 희망을 품었던 지지자들과 서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고, 민심이반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와 다르게 참여정부는 남북관계와 지역균형발전과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큰 성과를 남겼다. 또 국민의 정부에서 추진했던 복지정책들을 정착시켰고, 온정적 복지의 확충에도 힘썼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서는 실패했다. 이렇게 공과가 있음에도 내가 참여정부의 실패를 거론하는 것은 당시의 시대적 과제가 신자유주의 양극화 체제를 넘어설 것을 요구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달성이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오히려 신자유주의 양극화 체제를 강화시켰다. 물론 고려할 지점도 있다. 당시만 해도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한 국가발전 전략인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으로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그것이다.

그래도 실패를 인정하는 게 옳다. 나는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2006년 겨울부터 참여정부의 실패를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역동적 복지국가론'이다. 만약 그때 나와 동료들이 참여정부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거나 성찰을 게을리 했더라면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복지국가론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참여정부의 실패를 인정했을 때라야 비로소 참여정부의 오류와 한계를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의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게 봉화마을에서 성찰에 나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에도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참여정부 때 장관을 지냈던 정세균 경선후보가 참여정부에 '미'라는 낮은 점수를 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4ㆍ11 총선 때나 지금이나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만 기댄 채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인정하고 극복할 비전도 용기도 없다. 일부에서는 참여정부가 성공했다고 우기기까지 한다. 이건 민주당의 실패다. 민주당이 불임정당으로 간주되는 이유다. 야당의 실패를 넘어 복지국가를 건설할 새로운 동력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이러한 정당개혁의 과제에 다수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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