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만리장성'의 벽을 넘는데 실패했다.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게 유일한 수확. 세계 최강 중국은 2008년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4개 종목을 싹쓸이하며 핑퐁강국의 위용을 뽐냈다. 1988년부터 올림픽 종목이 된 탁구에서 2012 런던대회까지 총 28개의 금메달이 나왔다. 중국이 24개를 독차지했고, 한국이 3개, 스웨덴이 1개를 가져갔다. 기록만 놓고 보더라도 한국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라 불리는 중국 탁구를 견제할 수 있는 1순위로 꼽힌다. 중국 역시 한국 탁구의 차세대 주자인 김민석(KGC인삼공사) 정영식(KDB대우증권), 서현덕 이상수(이상 삼성생명)를 경계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탁구의 과제를 짚어보는 의미에서 88 서울올림픽 단식 챔피언 유남규 대표팀 감독과 2004년 아테네대회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삼성생명)에게 중국을 꺾고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들어봤다. 중국을 물리치고 세계 정상을 밟았던 둘은 '타도 만리장성'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 획득에 기여한 유승민은 "젊은 선수들이 기술도 좋고 잘 하고 있지만 기대감만 받아서는 안 된다.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력 무장이 필수. 그는 "좀 더 정신무장이 돼야 한다. 이제 선배들이 올림픽 무대를 떠나는 만큼 자신들이 한국 탁구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긍정적인 부담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남규 감독은 훈련양을 중시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스스로에게 '과연 중국보다 열심히 했는가'를 물어봐야 한다. 중국은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기 술도 공개하지 않는다"며 "올림픽 때는 엄청난 훈련양을 소화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남자 탁구 단체전이 열리기 전날 한국을 이길 전략을 짜기 위해서 오후 7시부터 새벽 1시30분까지 '릴레이 회의'를 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기술적인 면은 한국의 차세대 주자들도 괜찮다.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이것을 발전시켜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앞으로의 과제를 설명했다.
제도적인 부분도 뒷받침돼야 한다. 유승민은 "중국과 독일 탁구는 이미 프로화가 정착됐다. 한국은 선수층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얇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정상의 기술 등을 유지하기 위해서 프로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유 감독은 흥미로운 제안을 하기도 했다. 중국의 탁구 개방화다.
그는 "중국이 선진적인 기술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교류전 등을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올림픽에서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선 단식 출전 선수를 지금의 2명에서 1명으로 줄여 결승전에서는 중국끼리 맞붙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중국도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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