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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슬기 "아프리카 친구들, 태권도 사랑 잃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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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슬기 "아프리카 친구들, 태권도 사랑 잃지 않길"

입력
2012.08.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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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져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아프리카 친구들이 상처받을까 봐 미안해요. 그래도 태권도에 대한 사랑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기다려온 올림픽 무대 첫 경기가 2라운드, 4분 만에 패배로 끝나자 강슬기(25·중앙아프리카공화국)는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은퇴를 번복하고, 다른 나라 국적을 얻으면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맨 그였다.

강슬기는 9일(한국시간) 엑셀 런던 사우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태권도 49㎏급 첫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루시야 자니노비치(크로아티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3점짜리 얼굴 공격만 네 차례 당한 강슬기는 2라운드 만에 0-14로 졌다. 2라운드 종료 시와 3라운드 진행 중 점수 차가 12점 이상 나면 경기를 더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번 대회부터 바뀐 규정 때문에 3라운드는 치러보지도 못했다. 자니노비치가 4강에서 우징위(중국)에게 지면서 패자부활전 출전 기회도 날아갔다.

"연습한 것에 비해 너무 결과가 안 좋아 속상해요. 이번이 선수로서 마지막 대회라는 각오로 달려 왔는데…" 강슬기는 태권도 명문 우석대를 나왔지만 한번도 국가대표로 뽑힌 적은 없다. 2009년 선수생활을 접으면서 벨기에로 건너가 태권도 트레이너로 일했다. 그러던 중 '다시 선수로 뛰어 올림픽에 나가보지 않겠느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제안을 받았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 설 만큼 나는 큰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거절했지만 결국 그는 2010년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지난 1월 런던올림픽 아프리카 대륙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 기회도 잡았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열악한 나라 사정 탓에 전자호구조차 착용하지 못하고 훈련했다. 국적까지 바꿔가며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개막식 기수로 선정됐지만 "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주위에서 안 좋게 볼 것 같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강슬기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다"며 "온종일 곁을 지켜준 친구들이 내게는 큰 자극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이번 대회 이후 구체적인 진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가진 것이 없어서 경제적인 보탬은 될 수 없겠지만 태권도를 하고 싶어하는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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