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서기의 부인이자 중국공산당 원로 구징성(谷景生) 전 인민해방군 소장의 딸로 한때 국제 변호사로 명성을 날렸던 구카이라이(谷開來)가 9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중급인민법원 피고인석에 섰다. 보 전 서기 부하 직원들도 일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보 전 서기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허페이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고의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보구카이라이와 집사 장사오쥔(張曉軍ㆍ여)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구카이라이 이름 앞의 ‘보’를 붙인 것은 구카이라이의 국적이 중국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허페이시 검찰원은 법정에서 “보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와 경제적 마찰을 빚은 뒤 그가 자신의 아들 보 아무개를 위협할 것을 우려해 헤이우드를 독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원에 따르면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 13일 충칭시 서기의 판공실(비서실) 직원과 장사오쥔을 시켜 헤이우드를 베이징(北京)에서 충칭으로 초청해 과음하도록 유도한 뒤 그가 물을 찾자 독약을 건네 숨지게 한 혐의다.
검찰원은 “증거가 명백한 만큼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하며 보구카이라이가 주범이고 장사오쥔이 종범”이라고 말했다. 고의살인죄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사형까지 선고된다. 검찰원은 또 궈웨이궈(郭維國) 전 충칭시 공안국 부국장 등 4명이 보구카이라이를 비호했다고 밝혀, 추가 기소 가능성을 비쳤다. 검찰원은 피고인과 피해자 가족에게도 조사 결과를 충분히 알려 변호권과 소송권을 보장했다고 강조했다.
재판은 140여명이 참관했지만 해외 언론의 방청은 허락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보 아무개로 표현된 보과과(薄瓜瓜)는 8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어머니의 변호인에게 진술서를 이미 보냈다”며 “사실대로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구카이라이의 범행 이유가 보과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진술서 내용이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지난달 23일 성장과 부장(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부급(省部級) 영도 간부 세미나에서 “법에 따른 사회 통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평하고 정의로운 법 집행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사형 선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단순 살인 사건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구카이라이의 범행 증거를 확보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청두(成都) 미국 영사관 도피는 권력 교체기를 앞둔 중국 공산당 각 정파의 투쟁을 촉발하는 결정타가 됐다. 특히 태자당(당 고위간부 자제)의 일원이자 차기 상무위원으로 강력하게 부상하던 보 전 서기는 한순간에 낙마했다. 구카이라이의 재판 결과에 따라 보 전 서기의 운명도 최종 결정된다. 당 중앙은 그러나 사건이 너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구카이라이의 형사 사건으로 국한하기로 합의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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