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축구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11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ㆍ4위 결정전에서 격돌한다.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를 고려할 때 승리한 쪽의 기쁨과 패배한 쪽의 쓰라림 모두 배가될 수 밖에 없다.
키워드는 '설욕전'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0-3의 굴욕적인 패배를 돌려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8월 10일 삿포로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참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공교롭게도 런던올림픽에 나선 '홍명보호'의 공수 주축들이 당시 참패의 주범으로 몰렸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부상한 이청용(볼턴)을 대신해 오른쪽 날개로 출전했지만 기대를 밑돌았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셀틱)은 엔도 야스히토와 하세베 마코토에 압도 당했다. 김영권(광저우)은 왼쪽 풀백으로 나섰지만 전반 25분 만에 부상으로 물러났고, 박주영(아스널)은 원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부진 끝에 후반 13분 교체됐다.
'삿포로 참사의 희생양'들은 11일 한일전의 키 플레이어들이다. 박주영-구자철-기성용-김영권으로 이어지는 중앙 라인의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특히 구자철과 기성용이 중원 지배권을 사수해야 메달 획득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스페인을 1-0으로 꺾었을 정도로 미드필드 플레이가 뛰어나다. 공격 시발점 역할을 하는 하기사 케이고(오미야), 오기하라 다카히로(세레소 오사카)를 묶어야 한다.
설욕의 기치를 든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0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19세 이하) 8강전에서 한국에 0-3으로 완패하며 2009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 출전이 좌절됐다.
'일본의 리오넬 메시'라고 불리는 공격수 나가이 겐스케(나고야)는 트위터를 통해 "4년 전의 굴욕을 씻어내겠다. 한국에 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고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구자철과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김영권, 오재석(강원), 윤석영(전남)이 당시 일본을 꺾고 청소년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쁨을 맛봤다.
한일전은 기세 싸움이다. 선제골의 중요성은 어느 경기보다 크다. 양팀 모두 수문장이 불안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수문장은 '홍명보호'의 아킬레스건이다. 영국과의 8강전에서 부상한 정성룡(수원)을 대신하고 있는 이범영(부산)은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는 기막힌 선방으로 영웅이 됐지만 브라질전에서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위치 선정에 문제가 있었고 특히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호물로의 선제골을 허용할 때의 수비가 못내 아쉬웠다.
일본도 수문장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았던 골키퍼 곤다 슈이치(FC 도쿄)는 멕시코와의 준결승에서 실책성 플레이로 팬들로부터 '역적'으로 몰렸다. 1-1로 맞선 후반 19분 곤다가 수비수에게 내준다는 패스가 멕시코 공격수에게 가로채기 당했고 역전 결승골로 이어졌다. 곤다는 2008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0-3으로 패배했을 때도 골문을 지켰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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